저금리 기조에 상장 생명보험사 5곳 주가 직격탄…투자자들도 '울상'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왼쪽)과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생명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장 생명보험사들의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특히 낙폭이 큰 한화생명의 고민이 커졌다. 2010년 상장 후 9년 만에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빚까지 내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피해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오렌지라이프 등 5개 상장 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1월 2일(종가 기준)부터 올해 11월26일까지 주가가 오른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크게 주가가 빠진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 주가는 이 기간 6850원에서 2325원으로 무려 66% 폭락했다. 이는 2010년 상장 당시 공모가인 8200원의 4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

 

한화생명은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자 대표인 차남규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은 지난 3월에 이어 지난 7월31일에도 각각 5만주와 3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들이 주가 부양에 나선 7월31일 이후 엄성민 혁신TF 상무, 이기천 소비자보호실장 상무보, 황승준 CPC전략실장 전무 등 20명의 한화생명 주요 경영진들도 자사주를 적극 매입했다. 이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만 170억4531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효과는 미미하다. 부회장과 여 사장이 자사주 장내 매입을 공시한 지난 7월31일 주가는 2625원이었다. 4개월이 흐른 지난 26일 주가는 2325원으로 11.43% 떨어져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상장 생보사들도 하락세는 마찬가지다. 동양생명 주가는 지난해 1월 2일 종가 7540원에서 지난 26일 4095원으로 주저앉아 수익률 -45.69%를 기록했다. 오렌지라이프 주가는 이 기간 5만2100원에서 2만9100원으로 44.15% 급락했다. 이어 삼성생명(-41.47%), 미래에셋생명(-17.44%) 순으로 낙폭이 컸다.

 

생보사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은 시장금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후 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고채 10년 평균 금리는 지난해 1월 2.626%에서 올해 1월 1.991%, 지난 26일 1.707%에 거래됐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최저인 1.254%까지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생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 가운데 2000년대 이전 고금리 시대에 판매한 고금리·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은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이차 역마진에 노출됐다. 이차역마진은 운용자산이익률이 보험계약에 부가된 예정이율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던 한화생명은 이차손익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기준 한화생명이 보유한 계약의 부담금리는 4.54%인 반면 운용자산이익율은 3.30%다. 1.24%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여기에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급감한 1543억원으로 생보사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속 하락하는 한화생명 주가에 자사주 공모 당시 대출까지 받아 주식을 샀던 자사 직원들과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주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해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금리가 상승해 변액보증준비금 추가 적립에 대한 큰 부담은 덜었지만 여전히 우려 요인"이라며 "생명보험산업 자체의 이익이 개선될 만한 환경변화가 요원하지만 대체투자에 대한 재원이 증가해 자산운용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