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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한 정의용 "일본, '유 트라이 미'…내가 어떤 행동 할지 모른다"(종합)
"일본, '견강부회'식 왜곡주장…이런 식이면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
2019-11-24 19:25:32 2019-11-24 19:25:32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및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한일 양국 정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 측이 사실왜곡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브리핑을 하고 "지소미아 연장과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철회 관련한 최근 한일 양국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저희로서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되면 한일 간의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정 실장이 언론에 실명보도를 자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 실장은 작심한 듯 "영어로 '유 트라이 미(You try me)'라는 말이 있다.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며 계속 자극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유 트라이 미, 이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핵심 관계자도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발언에 "만약 (발언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이라며 "일본 정부 지도자가 양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실장은 △양국 합의와 달리 일본 측에서 한 시간 앞서 합의내용을 언론에 누출한 것 △6시 동시 발표 약속과 달리, 일본 측이 7~8분 늦게 발표한 것 △일본 경제산업성이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 등을 언급하고 "만약 이런 식이라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측의 사실왜곡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일본 측의 '한국이 WTO 제소절차 중단을 통보해 협의를 시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8월23일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니 일본 측이 그제서야 협의를 제의해왔고, 한일 외교측 협의가 진행됐다"고 공개했다.
 
일본 경산성이 '한국 측이 수출관리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주장에도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며 "수출규제관리제도를 확인해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산성이 반도체소재와 관련된 '3개 품목' 등에 대해 "앞으로도 개별심사 허가에 변경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한일 사전 조율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거듭 말씀드린다"며 "만일 일본이 이런 입장을 가지고 협상했다면 우리가 애당초 협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일본 언론이 자국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 게임' 등의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일본 고위층의) 견강부회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문제 해결 없이 대화는 없다'던 일본이 결국 대화에 나선 점을 지적하고 "저희가 보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일본의 이러한 행동은 외교 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즉각 외교 루트를 통해 강력 항의했고, 일본 측은 '한국측이 지적한 입장을 이해한다.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을 발표한 것에 사과한다. 한일 간 합의한 내용에 아무런 변화없다'고 재확인 했다"고 공개했다.
 
정 실장은 "앞으로도 한일 간 어렵게 합의한 원칙을, 조기에 최종합의에 이룰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하겠다"면서도 "이게 최종합의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 지소미아 효력과 WTO 제소정지 모두가 조건부이고 잠정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일본 측의 건설적인 태도를 거듭 당부했다.
 
정 실장에 이어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브리핑에 나섰다. 윤 실장은 "한일 간 충돌과 마찰이 있을 때 일본 시각이나 입장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 측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보도하는 일부 국내언론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윤 수석은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하자 '한국이 곧 망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홍수를 이뤘고,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하자 '안보가 곧 붕괴된다'는 보도가 난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일본과 협상한 결과가 나왔다"며 "그러나 일본 입장을 반영한 일본의 시각으로 바라본 국내언론의 비합리적 비난 보도가 다시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일본정부가 협상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고 보도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 실장의 발언에 추호의 과장이나 거짓이 없다. 일본 언론 주장과 보도가 사실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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