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보잉 포비아' 손놓은 국회
국민 불안감 커지는데 국회 일정 탓하며 대응 의지 안보여
입력 : 2019-11-12 15:42:30 수정 : 2019-11-12 15:42:3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항공기 보잉737 기종의 잇따른 사고로 항공업계와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국회는 정작 손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잦은 회의 파행과 예산안 심의 등의 일정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기회를 놓쳤다는 게 이유지만, 민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국내에서 운용 중인 보잉737NG 150대를 모두 긴급 점검 중이다. 12일 기준으로 100대가 점검을 마친 가운데 13대에서 동체 구조부의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 25일까지 나머지 50대에 대한 점검을 완료하고 안전관리 감독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보잉737NG 동체 균열과 관련한 항공기 수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737NG를 포함한 보잉737의 결함에 대해 정부와 항공업계가 크게 놀란 건 이 기종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항공기여서다.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스템 자료를 보면 제주항공은 현재 보유한 46대 모두가 보잉737일 정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 역시 비중이 작지 않다. 항공기를 자주 타는 소비자라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보잉 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기민하게 대응할 국회에선 항공기 안전관리에 관한 의정활동이 미흡하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국토부가 보잉737의 결함을 인지했으나 조치가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후속 입법은 없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이 사태에 대한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진 등에 확인한 결과 보잉737 문제에 관해 입법과 공청회 등을 준비하는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 문제를 다룰 의지가 없는 셈이다. 
 
8월29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왼쪽)이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보잉사 협력 간담회에 참석해 마이클 아서 보잉인터내셔널 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잉사가 해외 기업이기에 국회가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 국회 국정감사 때는 수입자동차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와 관련해 디미트리스 살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엔 BMW 화재사태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가 공청회를 열고 문제 해결방안을 추궁했다. 이어 그해 국감에서도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다시 증인으로 모습을 비쳤다. 
 
국회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미국 보잉사의 대응도 더욱 뻔뻔해졌다. 보잉의 현장 대응팀은 지난주 방한해 균열이 확인된 비행기에 대해 "균열 부위를 때워주겠다"며 땜질 처방을 제안했고, 이에 국내 항공사는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며 보잉의 수리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잉사고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요즘엔 의정활동이 모두 예산안 심의에 쏠려 있다 보니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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