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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의 한 수: 귀수편’ 허성태 “날 펑펑 울린 감독님, 다시 만났다”
정우성 주연 1편 오디션 탈락…“2편에서 출연 제안 받고 기분 묘해”
강렬한 외모 ‘악역 전문’ 대세, 속내는 코미디 전문…“다음 작품에서”
2019-11-11 13:00:00 2019-11-11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가의 대세이던 시절이었다. 한 지원자의 간절함이 당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지원자는 몇 년이 지난 뒤 충무로에서 없어선 안될 배우가 됐다. 무려 35세의 나이로 데뷔를 했다. 대기업 영업직 출신이다. 한때 러시아에서 판매왕으로 불리기도 했단다. 물론 판매왕까진 아니라고 손사래다. 하지만 배우 이전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단 게 여러 의견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배우 허성태는 이제 배우가 됐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서 배우 선배이지만 한 참 나이가 어린 엄태구에게 수십대의 장갑 따귀를 맞으며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여러 작품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찍기를 반복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선 부산잡초란 인물로 등장한다. 부산 출신이고, ‘잡초란 이름이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단다. 물론 리건 감독도 허성태의 잡초 같은 느낌에 이 배역을 선뜻 제안했다. 놀랍게도 허성태와 리건 감독은 기묘한 인연이 있었다고. 어떤 사연일까. 궁금했다.
 
배우 허성태.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만난 허성태는 싱글벙글이었다. 당연히 그럴 만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꿈으로만 생각하던 배우로서 발을 딛게 됐고, 포스터의 한 쪽을 호기롭게 차지했다.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현재도 부산의 한 시장에서 이불집을 경영하시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신다고 웃는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도 좋아한단다.
 
제가 이런 상황을 꿈이나 꿔 봤겠습니까(웃음). 너무 기분 좋죠. 극장에서 보던 상우형과 함께 영화를 찍는다니. 하하하. 참고로 제가 한 살 동생입니다. 얼굴이 이리 노안이라 하하하. 처음 배우 생활은 주변에 반대도 많았어요. 미친거 아니냐. 제 정신이냐. 뭐 말도 많았죠. 연봉 꽤 벌었죠(웃음). 35세에 배우로 전업하고 8년이 지났네요.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전 의외로 너무 즐거웠어요. 가족들이 많이 힘들고 잘 버텨줘서 고마웠죠. 그래서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정말 간절했어요.”
 
그 간절함은 사실 독기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과의 예전 만남 일화는 허성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좋은 영향을 줬다고. 그는 리건 감독과의 만남 일화를 전하면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대성통곡을할 정도로 힘들었었다고. 그래서 리건 감독에게 독기를 품고 언젠가는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칼을 갈고 있었단다.
 
배우 허성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게 잘못 전달되면 감독님에게 제가 무슨 복수심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나갈 것 같은데(웃음). 하하하. 배우 전업하고 얼마 안될 시기였어요. 한 제작사에 찾아갔다가 거기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허성태씨는 지금 이 상태론 배우 못해요라고 정말 서슬 퍼렇게 말씀해 주셨죠. 사실 그때 감독님 말씀이 맞아요. 배우 전업 후 초기였는데 의욕만 앞섰지 뭘 할 줄 모르니 관리도 못했고. 감독님 말씀에 계단에 주저 앉아서 진짜 펑펑 울었어요. 그리고 두고 보자, 내가 진짜 보여준다라고 다짐했죠. 사실 진짜 고맙고 감사한 충고였죠.”
 
신의 한 수: 귀수편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과의 일화도 있었지만 사실 허성태와 신의 한 수는 기묘한 인연이 더 있었다. 그는 웃으며 머뭇거리다 이내 공개한 내용이 ‘1편의 오디션을 봤었다는 것이다. 1편에선 오디션에서 떨어져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2편이자 스핀오프인 이번 작품의 출연 제안이 더욱 짜릿했다고. 그것도 캐릭터를 정하고 자신에게 출연 제안이 온 것에 너무 감사했단다.
 
이건 진짜 말로 설명이 안 되죠. 너무 짜릿했어요. 1편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그땐 떨어졌죠. 뭔가 금의환향한 느낌이랄까요. 하하하. 감독님과의 예전 따끔한 일화도 있지만 내가 떨어졌던 곳에서 오히려 날 원한다고 하니 이 보다 더 기분 좋고 짜릿한 게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더욱 더 사생결단으로 매달린 거 같아요. 저의 근성을 봐 주시고 부산잡초란 배역을 제안해 주신 감독님과 제작사에 더 없이 감사드리죠. 그리고 보니 1편에서 떨어진 게 전화위복이 됐네요. 하하하.”
 
배우 허성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촬영을 하면서 말 그대로 사생결단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마음은 그런데 몸이 제대로 말을 안 들어 고생한 장면이 꽤 많았다며 손사래다. 우선 바둑 장면은 의외로 쉬웠다. 그는 출연 배우들 가운데 자신이 가장 고수라며 으쓱댔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형님에게 배운 바둑 실력이 꽤 있다고. 온라인 바둑 게임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이란다. 하지만 일부 액션에선 지금도 오금이 저릴 정도란다.
 
바둑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아버지와 형에게 배웠기에 좀 두죠(웃음). 영화에서 보시면 제가 바둑돌이 좀 다르게 들어요. 그게 그때 생긴 버릇인데 감독님에게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죠. 바둑이 쉬웠으면 액션 장면은 어휴(웃음). 귀수와의 철길 대국 장면이 있는데, 그게 실제 철길에서 찍었어요. 밑에는 그냥 강이고 허당이에요. 하하하. 제가 고소공포증이 엄청 심하거든요. 난간에 매달린 장면에선 와이어를 차고 찍었지만 너무 심적으로 힘들어서 오바이트도 3번을 했어요. 하하하.”
 
그는 악역 전문 배우로 정평이 나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와 생김새 때문에 충무로 최고 악역 메이커로 연출자와 제작사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허성태는 본인 스스로에게 코미디에 대한 본능이 넘친다며 홍보를 했다. 자신의 웃기고 나사 빠진 모습은 아내와 가족들은 훤히 알고 있는 모습이라며 웃는다. 다음 작품에선 그런 모습이 좀 드러날 것이라고 살짝 귀띔을 했다.
 
배우 허성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실 촬영 전 준비 기간에 부산잡초를 하겠다고 합류했지만 감독님과 사석에서 희원 선배가 맡으신 똥선생을 좀 탐을 낸 적이 있어요. 뭐 장난식으로 감독님에게 살짝 던지긴 했죠. 하하하. 그만큼 좀 웃긴 역, 혹은 나사 좀 빠지거나 그런 배역을 좋아해요. 그래서 다들 잘 모르실텐데(웃음), 마동석 형님과 나온 부라더란 영화에서의 제 모습이 지금도 사실은 가장 즐거웠어요. 그땐 진짜 미친놈처럼 막 나대면서 찍었으니. 하하하.”
 
인터뷰 내내 연신 밝은 기운을 뿜어 낸 허성태는 신의 한 수: 귀수편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만족감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자신의 또 다른 배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다. 절대 자만심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잘 나가던 35세 대기업 영업직에서 어떻게 될지 모를 앞이 보이지 않는 배우로서의 전향은 무모할 정도였다. 한때는 앞이 보이지 않아 자기 관리에 실패한 모습도 보여 따끔한 질책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야 걸음마를 띠는 방법을 알게 됐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 수 있겠나.
 
배우 허성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철길 장면에서 제 대사의 90%가 애드리브였어요. 저 같은 초짜 배우에게 감독님이 그 정도로 허락을 해주신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아시잖아요. 제가 잘나서? 절대 아니죠. 저한테 한 번 놀아봐라하시며 판을 깔아 주신 거죠. 너무 감사하죠. 감독님께도 그리고 이번 영화에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작품과 절 만나줄 시간에도. 지금이 너무 즐거워요. 이젠 좀 어떻게 뭘 대해야 하는지 아주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즐겁고 기분이 좋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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