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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권용원', 이사회만 기다리는 이유
사퇴 만류 '우군' 위주 구성…"이사회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 결단해야"
사무금융노조, 즉각 사퇴 않으면 퇴진 서명운동 추진
"강압적 분위기의 키움증권 문화 탈피 못한 결과" 지적도
2019-10-27 12:00:00 2019-10-28 10:08:10
[뉴스토마토 전보규·이보라 기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긴급이사회'만 기다리는 이유는 뻔한 거 아닌가요?"
 
최근 권용원 금투협 회장이 '갑질·폭언'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사회를 계기로 권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스스로 질수 있는 책임과 결단을 미루면서 이사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다. 권 회장은 회의를 마친 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최근 갑질 논란이 불거진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다.사진/뉴시스
이번 긴급이사회는 권 회장의 임기 지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열리게 됐다. 현재로선 갑질·폭언 논란이 불거진 뒤 권 회장이 사과문을 냈고 부정 여론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임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권 회장이 사과문을 통해 업계의 의견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권 회장 취임 이후 증권거래세 인하 등의 성과를 냈고 다른 제도개선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의 지지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과문을 낸 당일 증권사 사장단과의 모임에서 참석자 모두가 권 회장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 입장에서는 임기를 이어갈 명분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경영진과 다른 부정적 인식이 표면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권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운전하는 노동자에게 늦게 퇴근할 것을 지시하고 발언을 트집 잡아 인격을 모독했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발언을 하고 군부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들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동시에 권 회장이 즉시 사퇴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증권사 사장단과 사무금융노조처럼 권 회장 사퇴에 대해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A 증권사 임원은 "권 회장의 행동에 지나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용무로 운전기사를 기다리게 한 것도 아니고 다른 발언도 이해할만한 수준"이라며 "금투협 회장직을 내려놓을 만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B는 "업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부적합한 행동"이라며 "권 회장이 강압적인 분위기가 강한 키움증권 시절의 태도를 바꾸지 못해 벌어진 일이고 그런 만큼 앞으로도 바뀌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이사회 구성.자료/금융투자협회
 
문제가 된 권 회장의 사건들이 반복해서 발생했다는 점도 권 회장의 태도 변화에 회의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사회를 통해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임기를 계속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 구성이 권 회장의 사퇴를 만류했던 증권사 사장단과 겹치는 데다 굳이 권 회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퇴진을 요구할 구조가 아니란 것이다.
 
이사회는 권 회장과 최방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 비상근 부회장 2명, 회원 이사 2명, 공익이사 6명 등 총 12명으로 이뤄진다. 권 회장과 최 위원장은 금투협 소속이고 비상근 부회장과 회원이사는 업계 CEO다. 공익이사 6명 중 5명은 권 회장 취임 후 신규 선임 선임· 연임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 거취에 따라 본인에게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굳이 불편한 말을 꺼낼 이유가 있겠냐"며 "어떤 결론이든 권 회장의 의지 문제"라며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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