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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장수기업의 조건
2019-10-22 06:00:00 2019-10-22 06:00:00
요즘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대세인지 사람이든 기업이든 오래 버티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도 기업도 가장 큰 염원은 무병장수(無病長壽)다.
 
장수하려고 애쓴 인물로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손꼽혔던 진시황이 있다. 그는 전국시대 말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BC 221년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시황제라 칭했다. 그는 자신이 세운 나라와 자신의 영원불멸과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었다. 노생에게 불로장생의 영약을, 수천 명의 사람을 풀어 불로초를 구해오라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잘못된 방식을 고수하며 가혹한 정치를 이어가더니 멸망을 자초하고 말았다. 기원전 210년 순행길에서 병을 얻어 불과 49세에 죽고 말았으며 제국도 4년 후에 멸망해 버렸다.
 
지금도 사람들이 진시황처럼 무병장수의 꿈을 꾸고 있다. 다행히도 이 꿈은 현대에 이르러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불로초가 없어도 발전하는 의술과 개선된 영양섭취, 생활안전과 환경의 개선으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OECD(2017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OECD 평균 80.7세보다 2년이 길어 5위를 차지했다.
 
이제 사람들의 고민은 장수하는 것보다 건강한 삶과 경제활동의 연장에 있다. 이러한 고민의 해결에는 적절한 일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부분 일자리는 기업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사람들은 오래 몸담을 기업을 원한다. 기업의 존속은 개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국가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대규모기업의 흥망은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178년 역사의 세계최고(最古) 여행사인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이 파산해 큰 파장을 가져왔다. 당장 큰 피해가 나타났다. 해외여행에 나선 영국민 15만5000명이 발을 구르는 상황이 되었고 영국정부는 군사작전을 펴듯 자국민을 본국으로 긴급 수송해야 했다. 또한 3만명이 실직위기에 처했으며, 스페인의 경우는 관련 거래처의 연쇄도산이 우려되자 4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등 많은 피해가 나타났다. 토마스 쿡의 경영부실은 118대의 비행기와 200개의 호텔 등 방만한 경영, 2억파운드의 적자와 2.5조원의 부채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진과 최고경영자는 지난 수년간 740억원을 챙겨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온라인플랫폼이 대세임에도 과거의 경영전략과 관행을 그대로 유지했다.
 
토마스 쿡은 장수하고자 하는 기업에 단순한 교훈을 남겼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2016년)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5년 이상 생존율은 28.5%다. 다수의 불과 몇 년을 못 버티고 사라진다. 따라서 토마스 쿡의 성장과 장수비결이 혁신에 있었음에도 종말에 쇠락한 이유에서 몇 가지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다. 첫째,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와 소비시장 이동을 살피자. 토마스 쿡은 새로운 숙박형태와 예약시스템의 부각에도 불구하고 과거방식의 경영행태를 보이며 호텔중심의 고급패키지상품을 고수했다. 둘째, 기술발전에 따른 부가가치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토마스 쿡은 새로운 유통플랫폼이나 중개 앱(app)의 영향력을 간과했고 기존의 오프라인 인력·시설유지에 급급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졌다. 셋째, 지속적인 내부통제와 혁신이 필요하다. 토마스 쿡의 사례처럼 기업성과는 뒷전으로 하고 구성원이 사적이익을 챙김으로써 망하고 말았다.
 
이처럼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몇 가지 경영상의 유의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인해 기업의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100년 기업이 늘어나도록 모두가 ‘장수경영’에 관심과 노력을 모아야겠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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