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최악의 남북간 평양축구"…'평화 소통 창구 스포츠' 의미 퇴색
입력 : 2019-10-16 16:58:59 수정 : 2019-10-16 16:58:5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앵커]
 
29년만에 성사된 남북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북한의 몽니로 관중도 취재도 없는 최악의 경기로 끝났습니다.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북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분위기만 서둘러 띄운 남한 정부도 잘 한 것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이 밑바닥에는 진통을 겪고 있는 북미관계가 깔려 있는데, 취재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정치부 최한영 기잡니다.
 
어제(15일) 오후에 평양에서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남북경기가 진행됐는데, 여러모로 특이한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우리 축구대표팀은 어제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를 기록해 북한과 승점차이 없이 골득실에서 앞선 1위를 유지했습니다.
 
경기 결과보다 더 특이했던 것은 그 과정이었는데요, 여러 가지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참 희한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북측의 비협조로 이날 경기는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은 물론 TV 생중계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국내 축구 팬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를 통한 문자중계로 결과를 확인해야 했는데요 교체와 경고 등을 포함해 딱 9줄이 전부였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아 실시간 보도했습니다. 경기장 인터넷 사정이 열악해 현지에 파견된 축구협회 직원과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경기장에 있던 아시아축구연맹 경기감독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 본부로 상황을 보내고 이를 대한축구협회에 알려주는 식으로 통보가 이뤄졌습니다.
 
킥오프 30분 전에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평양 주재 AP통신이나 신화통신 등 외신 기자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선수단이 방북하는 과정도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초 육로나 남북 직항로를 통해서 방북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결국 선수단이 베이징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항공편으로 방북하는 방식이 취해졌습니다. 짧으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이틀 걸려서 간 것입니다. 지난해 7월에 평양에서 남북 통일농구경기가 있었는데요 그 때도 대북제재 문제가 걸려 있었지만 남북 논의 끝에 우리 공군 수송기를 개조해서 남북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했던 것과 비교됩니다.
 
선수단은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통신장비를 휴대하지 못했고요 경기가 끝난 후 평양에서 나올때는 자신들이 소지했던 물품들을 모두 챙겨서 나왔습니다. 이는 대북제재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선수들 휴대전화를 주중 한국대사관에 맡기고 방북한 우리 선수들을 위해 아침 알람용 자명종 32개를 사서 나눠줬다고 합니다.
 
이번에 원정경기를 치렀고, 북한과의 예선 홈경기는 내년 6월에 예상이 되어있는데요 그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주목됩니다.
 
[앵커]
 
경기 결과를 받아든 우리 국민들도 상당히 답답해했을거 같은데요, 어떻게 하다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건가요?
 
[기자]
 
1차적인 잘못은 북측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응원단 방북 요청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그야말로 무응답으로 대응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주재로 구성한 우리 측 취재진 방북마저 거부했습니다. 당초 북한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계권 가격의 세배에 가까운 18억원 가량의 중계권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리 측에서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고 하자 다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측을 갖고 놀았다고 봐도 될듯 합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추첨에서 한국이 북한과 같은 조에 포함되자 “선수단 육로 방북, 응원단 파견 등을 추진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는데요, 조추첨 보름 전인 6월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멀지 않은 시기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높였습니다.
 
실제 남북 간에 막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북측의 거부로 생중계나 응원단 파견 등이 모두 거부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북측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일찍 기대감을 내비친 것 아닌가 보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별개로 북측이 우리 측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시한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건 없는 재개'를 선언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비롯해서 남북 교류사업 재개 필요성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론을 이어갔습니다. 국내 일부 전문가 집단 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우선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도 강조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남측에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신호를 주려 했을 것이고 이를 이번 축구 무관중, 생중계 불허로 표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이쯤되면 남북관계에서 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 바뀌어간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기자]
 
이날 무관중 경기를 놓고 영국 BBC는 “지난해 남북한이 스포츠를 통해 진전을 이뤘지만 지금은 예전같지는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과거에는 스포츠가 남북교류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경기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2015년 7월 통일준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970년대부터 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해 이어진 남북 체육회담과 교류는 비록 성공적인 결과물은 없었지만 남북 간 인적교류와 접촉, 이를 통한 상호이해 증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어려울 때 체육이 만남과 대화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2020년 도쿄올림픽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유치 등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스포츠가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기존 민족주의·국가주의 기반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옮겨가고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변하지만 정부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정에서 '국내 선수들의 출전기회가 박탈당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청와대 내에서 당황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안과 별개로 남북 체육교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다른 남북협력 사업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다양한 남북교류 사업들이 담겼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체육교류를 비롯해 조건이 마련되는데 따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자연생태계 보호·복원위한 남북 환경협력 적극 추진, 전염성질병 유입 및 확산 방지위한 보건·의료분야 협력 강화, 이산가족 문제 근본 해결위한 인도협력 강화 등입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분야별 실무협상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요,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한 우리 정부의 협의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항공방역이나 민간인통제선 멧돼지 포획 등의 조치가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중입니다. 지난달 추석 연휴 이산가족 상봉이나 서신교환 등도 이뤄지지 않아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실향민들을 만나 “이번 추석에는 북녘 가족들을 만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일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송구스럽다”며 “남북관계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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