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하늘 향해 치켜든 연륜의 베이스, '전설' 스팅 실감한 순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겸 'My Songs' 투어로 내한
영화 '레옹' OST부터 역사적 명곡까지…'40년 음악 인생' 라이브로
입력 : 2019-10-08 06:00:00 수정 : 2019-10-08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탄탄한 근육질 몸매, 착 달라붙는 스키니진, 베이스를 뚱땅 거리며 잠시 턱을 괴는 멋드러진 퍼포먼스…. 
 
무대 위를 종횡하는 이 '전설'에게 생동의 빛이 감돌았다. 칠순을 앞뒀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에너지와 열정, 프로 정신. 지난 5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스팅(68)을 영접했다.
 
스팅.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스팅은 세계적 권위의 그래미상을 18번이나 들어올린 살아있는 전설. 70년대 결성된 밴드 더 폴리스(The Police)의 보컬이자 베이시스트였던 그는 당시 '뉴 웨이브' 열풍을 선도했다. 펑크 록 일변도이던 당시 음악계는 스팅 이후 몽롱한 전자음이 부각되는 새 분기점을 맞게 된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솔로로 전향, 재즈부터 클래식, 월드뮤직까지 아우르며 사랑받았다. 세계적으로 1억장 이상 음반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빈곤과 인권을 노래하는 사회 운동가로서의 면모로도 지지를 받아오고 있다.
 
이날 내한은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출연 겸 올해 5월 발매된 '마이 송스(My Songs)' 투어 일환. My Songs는 지난 40년 간 불러온 대표곡을 추려 '지금의 스팅'이 부르고 연주한 앨범이다. 그는 내한에 앞서 본지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곡들을 중심으로 솎아냈다"며 "원곡과 새로운 버전의 곡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드럼 소리를 현대적으로 매만지는 등 '오늘' 만든 것처럼 들리게 했다"고 앨범을 설명했다.(뉴스토마토 9월20일자, 스팅 "호기심 좇다 나온 짜릿한 음악, 내 인생 최고의 장면" 참조) 
 
지난 5일 서울 올림픽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스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탁 트인 잔디마당에서 이 생생한 음악을 듣는 경험은 위대했다. 직접 베이스를 메고 나온 스팅은 그의 밴드(드러머, 키보디스트, 2명의 기타리스트, 3명의 코러스) 구성원들을 대동해 그 넓던 무대를 삽시간에 꽉 채웠다.
 
이 전설은 제대로 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무대를 우주 같은 스튜디오로 만들었다. 좌우 양측 상단 트러스에 달린 60여개 대형 스피커만으론 역부족. 무대 위 좌측과 우측, 각각 12개로 묶인 스피커 다발과 악기별 앰프 더미를 따로 설치해 사운드를 굉음처럼 뽑아냈다. 그의 뒤에 따로 설치된 큼직한 스피커 4대는 땅을 울릴 정도로 막강한 저음의 베이스를 '심장의 고동'처럼 뿜어댔다.
 
연륜의 빈티지 베이스를 하늘 높이 치켜들던 때, 비로소 실감의 순간. 질주하는 드럼에 맞춰 연주되는 베이스의 선율이 세련된 감각의 세계로 인도 했다. 세대와 국적의 경계없는 이들이 박수를 치며 '제3의 리듬'을 만들고 첫 곡 'Message in a Bottle'부터 떼창을 시작했다. 
 
스팅.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스팅의 콘서트는 그의 실존을 마주하는 동시에, 에스프레소처럼 밀도 진한 삶을 곱씹는 전율이었다. 관객들은 '자신을 잃지 말라는' 언어를 다 같이 따라 부르고('Englishman in New York' ), '사랑한다면 자유롭게 하라'('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는 말에 귀 기울였다. 
 
전주 한 마디 만으로도 고독한 심상에 젖고(영화 레옹 OST 'Shape of My Heart'), 죽기 전 꼭 들어야 할 명곡에 핸드폰 불빛을 아로 비추며 내한 역사에 한 순간을 만들었다.('Every Breath You Take') 'King of Pain' 때 두 번씩 때리는 베이스 현은 스피커 다발로 울려 심장을 쿵쾅 거렸다. "서울, 어떻게 지냈나요", "감사합니다"라는 다정한 멘트를 건네거나, 지그재그 다리 춤을 추고 턱을 괴는 퍼포먼스도 곁들였다. 불끈거리며 움직이는 그는 여전히 젊고 노련한 자신을 무대에서 쏟아 부었다.
 
구성원들이 들어갈 때까지, 거장은 무대 위를 지켰다. 베이스를 내려 놓은 뒤에서야 미소를 띄우고 두 손 포개 합장을 했다. 앙코르까지 총 18곡의 40년 생이 연주된 후, 눈을 떼지 못하던 한 관객이 말했다. "살면서 스팅을 볼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나 될까…"
 
'계속 볼 수 있길, 내년엔 더 가까이에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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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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