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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베트남보다 느린 한국의 '공유경제'
2019-09-23 07:00:00 2019-09-23 07:00:00
늦은 휴가지로 선택한 베트남 나트랑에 도착한 후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이동'이었다.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 정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을 이용했는데 공유차 시장이 전 세계에서 왜 이토록 성장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그랩은 싱가포르계 공유차 기업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한다면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택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택시는 길거리에서도 잡을 수 있지만 그랩은 앱을 이용하지 않고는 운전기사를 부를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앱 사용이 낯설지만 이용할수록 오히려 편리해졌다. 목적지를 승객이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 운전기사와 대화할 필요가 없고 최종 요금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에 탑승한 후 운전기사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앱에서 실시간 이동 경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운전기사를 빠르게 배치하고, 목적지까지의 나올 요금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앱을 정교하게 다듬은 결과, 그랩은 택시보다 나은 이동수단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종 IT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유독 공유차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타다가 '택시 면허'를 사야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진출에 나섰던 미국 우버는 2013년 퇴출당했다.
 
하지만 택시업계 반발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국내 택시 산업은 포화상태라 운전기사들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의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임금 때문이라는 지적은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도 아직까지는 공유업계보다는 택시나 기존 사업자들의 손을 더 들어주는 모양새다. 그리고 정부가 공유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사이 동남아는 공유헬리콥터까지 등장하며 공유경제의 천국이 되고 있다. 
 
우버로 시작했던 승차공유 서비스도 전세계적으로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컨설팅그룹 PwC는 전세계 주요 공유경제 산업의 매출 규모가 2013년 150억 달러에서 2025년 33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자동차 제조업 대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제도에 막힌 한국 시장 대신 그랩과 인도 '올라'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를 몰고 그랩 영업을 하는 나트랑 운전기사들을 보니 베트남보다 뒤처진 것 같은 국내 공유차 산업의 현재가 아쉽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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