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정농단, 포토라인 배제…가당키나 한가
입력 : 2019-09-20 06:00:00 수정 : 2019-09-20 10:16:53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러도 실명공개가 금지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인가 아니면 피의자의 인권보호인가. 지난 시절 검찰이 범죄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을 비공개로 소환할 경우 봐주기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피의사실, 소환여부는 물론 실명공개도 원칙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경찰 등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직무를 행함에 지득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때에는 처벌된다. 피의자의 인권보호측면을 강조한 규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이 수사를 받게 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그들의 피의사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유명 연예인들도 포토라인에 섰다. 피의사실공표는 금지되지만 유력인사들의 피의사실보도는 일반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의사실공표로 처벌된 사례도 전무하다. 
 
언론의 피의사실보도는 양날의 칼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는 감시기능이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극으로 몰고 간 ‘논두렁 시계’사건이다. 법무부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제정한 것도 피의사실공표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그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인권 간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피의사실공표다.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연일 언론에서 기사화하는 것이 인권침해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적인물이라 일컬어지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총수 등이 관련된 피의사실의 경우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정치권도 여야막론하고 피의사실보도를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수사나 김성태 의원의 자녀 채용비리 수사와 같이 야당과 관련된 수사정보가 알려질 때마다 맹렬히 비판에 나섰고, 한국당도 환경부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서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기소 전 피의사실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환일정 공개를 금지하며, 심지어 기소 후에도 공소사실이나 범행경과 등은 공개가 금지되는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의 움직임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궁금한 주된 대상은 정치인과 재벌로 상징되는 권력자다. 만일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완전히 수긍할 수 있었을까.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수사팀은 윗선에 알리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여론은 수사를 응원했다. 이 또한 기자들이 피의사실을 취재한데서 기인한다.
 
그런데 법무부의 움직임은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를 수사하고 누구를 소환하는지 모르는 깜깜이 수사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에게 폭 넓은 재량을 허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와 논의는 했는지도 궁금하다. 최근 경찰은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도 머리칼로 얼굴을 가려 얼굴공개가 되지 않고 있는 고유정 사건 이후 ‘머그샷’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은 법무부의 추진 방향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여론의 비판이 일자 자신과 관련된 수사가 마무리 된 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금지하는 방향으로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여론을 경청하고 입법례도 참조하여 대상·범위·절차 등을 구체화한 후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즉 대상을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재난 사건, 흉악범 등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사건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공개절차를 명확히 하여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가 조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력자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수사를 받게 될 경우에 그의 실명과 피의사실을 모르는 것은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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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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