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영업이익 20조원서 2조원대로 '뚝'
9개 공기업 최근 5년 실적 분석 결과…변화에 적응 못하고 패러다임 전환 더딘 탓
입력 : 2019-09-15 18:00:00 수정 : 2019-09-15 19:40:51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올 상반기 9개 에너지 공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탈석탄 기조의 에너지 패러다임 정책에 적응하지 못한 곳들의 실적이 크게 줄었다. 2016년 20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17년 9조원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으로 추락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공기업들이 전통적 에너지원에 의존하며 변화 모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뉴스토마토>가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나타난 9개 에너지 공기업들의 최근 5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조사대상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동서발전과 남동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의 9개사다.  
 
제작/뉴스토마토
 
이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총액은 1조3230억2700만원이다. 작년 1조5619억8400만원 대비 15.3% 감소한 액수다. 2분기만 놓고 보면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자회사 5곳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실적은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 2017년부터 하락세다. 2016년 20조원에서 2017년 9조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2년만에 영업이익이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올 상반기 실적을 감안할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이어진 에너지공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가격이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소 가동률 하락이 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80~90%를 기록하던 원전 가동률은 2017년 71.2%에 머물렀고 2018년에는 65.9%까지 떨어졌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발전소 역시 올 들어 가동중지 발전소가 늘어나며 5개 발전자회사의 실적도 부진했다. 여기에 발전원료인 유연탄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악재로 더해졌다.
 
전문가들과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들이 석탄, 원전 발전소 가동률 하락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인 발전원에만 의존하면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6월 기준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208MW(메가와트)로 전체(11만8873MW)의 1%에 불과하다. 국내 발전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기업이 국내 신재생에너지(1만993MW) 설비에서는 10%만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들 기업의 수력 설비용량(5353MW)까지 포함했을 때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전체 설비용량의 5.52%,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바꿔 말하면 에너지공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수력발전의 4분의 1에도 못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시장을 확대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독일은 2018년 상반기 기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36.3%를 차지했고 유럽 전체로는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30%에 달한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화력, 원전 등 기존에너지원을 앞질렀다. 2017년부터는 발전단가와 화석연료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시점이 도래하며 보조금 없는 사업까지 등장했다. 중국과 미국에서도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과 원전 수준으로 늘어나 있다.
 
반대로 한전은 발전자회사들의 손해를 보전해주느라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공급 의무를 지는 발전자회사들에게 한전이 보전해준 비용만 지난해 2조원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곧바로 갖출 수 없는 발전자회사들이 민간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공급의무를 이행하면서 한전에 부담이 몰린 것이다. 연료값이 싸고 가동률이 높을 때만 해도 수십조원의 흑자를 내던 한전의 적자가 고착화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추세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치를 늘리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기존 발전사와 에너지공기업의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현실이다. 2017년 12월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22년까지 10.5%, 2030년까지 20%다. 국내 전력산업의 상황을 고려해 주요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는 목표치를 겨우 달성하는 동안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발전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그에 따른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전력산업 개편을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명연, 차오름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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