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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1운동 100주년 기념물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
2019-09-09 06:00:00 2019-09-09 06: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100주년 기념물 건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실종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해 가을에 '100주년 기념 준비팀'을 만들어 새롭게 생겨날 100주년 기념위원회를 위한 보고서를 사전에 만들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100주년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밑그림이 되었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 맞이하는 100주년 기념은 세계사적 의의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100주년 기념물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모아지지 않고 있다.
 
잘 알려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 기념물인 에펠타워나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물인 자유의 여신상과 한국의 100주년 기념물은 정치적인 맥락에서 민주공화정이라는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부패한 부르봉 왕정을 해체하고 민주공화정을 세웠다. 이 민주공화정을 기념하는 100주년 조형물이 에펠타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식민지 미국 시민들은 영국의 왕정 지배로부터 독립해 삼권분립의 민주공화정을 세웠다. 어떤 공화국을 만들 것이냐 하는 치열한 고민이 낳은 역사적 저작이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다. 그 100년을 기념해서 뉴욕 허드스만에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졌다.
 
한국의 100주년도 프랑스와 미국의 100주년과 같은 맥락이다. 1919년 3·1운동에 이은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를 선포했고, 그 뒤 역사는 민주공화정의 정착을 위한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 1945년 광복이 될 때까지 임시정부의 5차례 헌법 개정에서도 제1조 민주공화정이란 조항은 바뀐 적이 없다. 해방 이후에도 9차례에 걸친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명은 그대로 유지됐다. 1987년 민주화에 이어 2016년 촛불혁명은 100주년 민주공화제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1700만명의 촛불시민들이 광화문을 비롯한 광장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선언을 20주 동안 매주 축제 분위기 속에서 확인했다. 세계 역사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시민적 공화주의'가 현실에 발현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이라는 1919년 최초의 선언으로부터 2016년 촛불혁명에서 1700만 시민들이 국민적 목소리로 이를 확인한 장대한 100년 역사의 파노라마가 올해 100주년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기념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세계 역사에서 그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일을 대한민국이 성취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쓸 것이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 100주년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보다, 더 장대한 시민혁명의 100주년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1일에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11일에도 100주년 기념물 건립에 대한 국민적 선언은 없었다. 미국도 100주년 기념물은 100주년 8년 뒤에, 브라질 100주년 기념물인 그리스도상은 100주년 10년 뒤에 건립됐다. 지난 10년 동안 보수정부가 이를 방치해 왔다면, 적어도 민주정부는 3월1일이나, 4월11일에 100주년 기념물 건립을 위한 국민적 선언을 했어야 했다. 8월15일 광복절 대통령 기념사에서도 100주년 기념물 건립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100주년과 관련된 중요한 계기를 지녔던 기념일들을 기념물에 대한 국민적 선언 없이 그냥 지나쳤다. 지난 8월 아베의 도발에 의해 한·일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되면서 100주년 기념물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잠시 형성됐을 뿐이다.
 
200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만들어진 첨탑은 한·일 관계와 같은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오랜 역사를 상징한다. 아일랜드는 8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고, 1845년부터 10년이 넘는 대기근 동안 영국의 멸시와 차별로 인한 분노의 감정은 한국의 일본에 대한 감정 못지 않다. 2000년 전후로 아일랜드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을 넘어서자 아일랜드인은 환호했고, 이를 기념해 더블린 첨탑을 세웠다. 원래 그 자리에는 영국 넬슨 제독 기념물이 있었지만, 그것을 허물고 새로운 아일랜드 미래를 위한 기념물을 세운 것이다.
 
벌써 9월이다. 이제 2019년 3·1운동 100주년도 불과 4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물을 건립하기 위한 국민모금운동을 시작하자. 최근 대한공공정책학회를 중심으로 이 일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민주인권기념관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물 건립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기념물 건립에 대해 의미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 늦기 전에 100주년 기념물 건립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을 시작하자. 올해가 지나고 나면, 그 계기를 만들기 더 힘들어진다. 9월이 가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정부가 못하고 있으면 국민주도 모금운동을 먼저 시작하자.
 
임채원 경희대 교수(cwl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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