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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타짜3’ 박정민 “이 시리즈와 인연이라 생각했다”
“‘타짜2’ 오디션 탈락 경험…원작 좋아했던 팬 3편 제안 놀랐다”
“류승범 출연에 너무 기뻐, 현장에서 슬럼프 때 조언 고마웠다”
2019-09-08 00:00:00 2019-09-0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30대 초반인 배우 박정민은 분명히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다른 행보라고 부르기 보단 스스로가 선택하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이 더 맞을 듯싶다. 이미 영화 담당 기자들을 포함해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박정민은 자신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스타일이다. 분명 연기적으로 또 작품적으로란 전제 조건 하에서다. 출연 작품이 결정이 되면 그는 파고 들고 또 파고든다. 자신에게 쉼 없이 채찍질을 한다. 본인 스스로도 과히 좋은 방법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같은 방식 속에서 배우 박정민은 달궈지고 또 담금질이 된 단단한 강철이 돼 가고 있었다. 이미 숱한 작품 속에서 그는 박정민이 만들어 낸 캐릭터로 존재해 왔다.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도일출이 된 박정민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더 단단해져 있었다.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달 초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박정민과 만났다. 올해 초 사바하로 만난 뒤 두 번째 만남이다. 그때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 지난 해 여름 변산으로 만났을 때보다 더 단단했던 사바하의 박정민은 타짜3’의 박정민으로 진화했다. 본인은 여전히 낯설어 하고 또 낯가림도 심하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느낌은 그러지 않았다. ‘타짜3’의 도일출이 갖고 있는 적당한 능글맞음이 베어있었다.
 
하하하, 제가 워낙 타짜를 하고 싶었기에 그랬나 봐요. 사실 저도 까마득하게 먼 옛날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 났었어요. 제가 사실은 타짜2’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어요. ‘타짜2’에서 이동휘 형이 맡은 배역 오디션을 봤었거든요. 그땐 당연히 떨어져야 했어요. 정말 준비를 1도 안하고 갔었으니 떨어지는 게 맞아요. 그랬는데 이번 3편의 주인공으로 제안이 왔으니 너무 좋았죠. 쾌감? 그냥 시리즈의 팬으로서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1편과 2편이 워낙 흥행에 성공했기에 부담감은 당연했다. 이건 문자 그대로 잘해봤자 본전이기에 주변에선 사실 말리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설명이 안될 감정이 들었다고.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타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단다. 우선 연출을 맡은 권오광 감독도 워낙 응원을 많이 해줬다고 한다. 조승우, 최승현에 이어 그렇게 박정민이 3번째 타짜의 얼굴이 됐다.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20kg 정도를 뺐어요. 감독님이 시간이 갈수록 남자다운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생겨 보이는 얼굴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살부터 뺐죠. 하하하. 우선 전편의 주인공 선배님들이 너무 잘생긴 분들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살 빼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촬영 때도 감독님이나 함께 한 선배님들이 제가 잘 생겨 보이게 하려고 많이 도와주셨죠(웃음). 저의 최대치는 이번 타짜의 비주얼입니다. 하하하.”
 
사실 박정민을 설레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원작 시리즈의 팬이자 2편의 오디션 탈락 인연이 이번 타짜3’ 출연의 뒷얘기 전부가 아니다. 권오광 감독이 주변의 만류를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박정민을 추천했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가 아니다. 진짜는 배우 류승범의 출연이었다. 박정민은 타짜3’의 주요 캐릭터 애꾸역에 권 감독이 류승범을 낙점하고 캐스팅 작업을 벌이자 쾌재를 불렀단다.
 
감독님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며칠 뒤 장문의 메일을 받았죠. 그 메일에 감동해 출연 결정을 했고. 그런데 승범 형이 출연할지도 모른단 얘기에 너무 놀랐죠. 진짜 팬이에요. 제가 딱 형의 연기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던 세대잖아요. 어느 날 승범 형 만나러 가신다고 하기에 직접 편지를 써서 감독님에게 드렸어요. 정말 영화에 대한 얘기는 한 글자도 안 들어간 팬레터였어요. 주변에 얘기를 안 했는데 승범 형이 기자간담회에서 편지 얘기를 해서 좀 놀랐었죠.”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박정민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또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촬영 기간 중에도 끊임없이 이 과정을 반복하기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고. 사실 본인이 지쳐버린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 이번 타짜3’에서도 있었다고. 그때 류승범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됐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꽤 특별한 조언으로 그는 다시 도일출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어떤 작품이던 전 그런 때가 한 차례 정도는 오더라고요. 매일 아침 똑같이 촬영 현장에 나가니 지치는 시기가 왔어요. 이번에도 그랬죠. 그런 시기였지만 주변에는 티를 안 낸다고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승범 형이 절 보시더니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얘기를 해. 괜찮아라고 하시는 거에요. 제가 그 말을 죽어도 못하거든요. 형의 그 말이 너무 도움이 됐고, 다시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됐죠.”
 
타짜시리즈의 전매 특허는 도박이다. 1편과 2편은 화투다. 화려한 손기술이 등장했다. 이번 3편은 카드다. 카드는 화투에 비해 크기도 커서 손기술이 거의 불가능한 종목이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화려한 손기술은 박정민의 몫이 아니라 이광수의 몫이었다. 영화에선 딱 한 번 이광수의 화려한 손기술이 등장한다. 박정민은 이광수의 멋진 카드 셔플(섞는 기술)에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님이 광수 형에게 연습하라고 하셨죠. 저희들 다 현장에서 형의 셔플을 보는 데 감탄을 했어요. 아마 보시는 분들은 그게 CG일 거라 생각하실 텐데 완벽하게 형이 직접 선보인 거에요. 진짜 끝내줬죠. 그리고 좀 아쉬운 면도 있는데 멋들어진 속임수가 없어요. 카드는 그게 좀 힘들어요. 크기가 커서. 대신 표정과 눈으로 도박 대결의 긴장감을 대신한 장면이 많아요. 굳이 설명 드리면 그게 1~2편과 이번 3편의 차이점이랄까요(웃음)”
 
도박 장면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박정민의 베드신이다. 극중 마돈나로 출연한 최유화와의 베드신이다. 지금까지 박정민은 상업 영화에선 단 한 번도 베드신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반면 단편과 독립 영화에선 베드신을 경험하기는 했다. 베드신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그는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 했다. 우선 자신이 경험한 단편-독립 영화의 베드신과 이번 베드신은 정체성에서 완벽하게 달랐다고.
 
하하하. 진짜 부끄러워서(웃음). 우선 베드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독립 영화와 단편에서도 베드신 경험은 있는데, 그땐 동성애 베드신이었어요(웃음). 더군다나 상대가 할아버지 역할이라. 하하하. 이번에 유화 누나와의 베드신은 진짜 수월했어요. 촬영 전날 누나랑 통화를 하면서 편하게 가자라고 했고, 현장에서 누나가 정말 예민할 수도 있는 장면인데 웃으면서 잘 이끌어 줬어요. 아마 저한테 베드신은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하.”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의외로 데뷔 이후 장르 영화보단 작품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에 주로 출연해 왔던 박정민이다. 그래서 이번 타짜3’에 대한 본인의 자부심과 흥행 결과가 아무래도 가장 신경이 쓰인단다. 오락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연기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내고 또 어떤 결과로 작품을 끌고 갈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한다. 촬영을 앞둔 작품도 있지만 타짜3’의 결과는 앞으로 자신의 행보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듯하단다.
 
그 동안 제가 해왔던 연기와는 다른 색깔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았죠. 그렇게 연기를 했고. ‘도일출이란 인물이 오락 영화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런 캐릭터로 보여지길 원하고 접근했어요. 그게 성공하면 관객들이 박정민도 이런 영화에서 연기를 꽤 하네란 반응을 보이시지 않을까 싶죠. 작품성 있는 영화, 독립영화만이 아니라 오락영화 상업영화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배우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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