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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문 대통령, 조국 카드 절대 못 접는 이유
2019-09-03 06:00:00 2019-09-03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논란이 달을 넘기고 있다. 8월초 시작된 의혹 논란이 9월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대 이런 논란을 겪은 장관 후보자가 또 있었을까. 조국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 처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지명 받았을 때는 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제기된 문제는 주로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관련된 것이었고 철 지난 색깔론은 오히려 조 후보자측의 역공에 좋은 빌미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가족의 투자와 관련된 사모펀드투자와 공사대금 관련 의혹이 불거진 웅동학원 이슈가 확산되면서 조국 후보자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점점 커져 왔다. 결정적으로 딸에 대한 논문 저자 논란과 의학전문대학원의 6학기 연속 장학금 의혹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었다. 급기야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조국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한 인물인지 또는 적절하지 않은 인물인지' 물어본 결과 '부적절' 의견이 57%로 압도적이었다.
 
인사 청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50%가 넘는다면 이에 대통령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왜냐하면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련 인사에 대한 공식적인 발언이 없다는 것은 '임명 철회'보다 '임명 강행'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압수 수색이후 국면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변수가 더 생겼다고는 하나 문재인정권 하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검찰이 뒤엎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검찰의 압수 수색 직후 주요 여권 인사들은 '조국 수호'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권 후보로 여전히 거론 중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국회의원 등은 조국 후보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문준용씨와 민주화 운동가였던 장준하 선생의 아들까지 '조국 구하기'에 나선 형국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할지라도 대통령 가족이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입장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지지율은 껌딱지같은 존재다. 이미 단물이 다 빠져 뱉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율 조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몇몇 조사기관에서 내놓는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이래 최고의 위기 상태다. 왜냐하면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제, 북한, 공약이다. 그런데 경제는 내수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로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졌다. 북한 이슈는 임기 초반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의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은 발사체를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쏴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기대마저 이미 멀어져버렸다. 남아있는 지지율 버팀목은 공약인데 이 중 핵심 공약이 검찰 개혁이다. 만약 조국 후보가 낙마한다면 검찰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태다. 대통령 지지율의 3번째 축마저 꺾인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낮은 수준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문 대통령에게 '조국 카드'는 더 이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유지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어버렸다. 한 번 기대가 꺾이고 나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이제 한 개인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찬반으로 성격이 전환되고 있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는 견고한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문 대통령은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40대와 화이트칼라층에서 단단하게 결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지지율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정부의 정치적 운명이 '조국 임명'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다. 쉽게 말해 '조국 카드'를 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못 버리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를 임명하고 검찰 개혁에 성공한다면 지금의 여론은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인사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왜냐하면 변칙카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승부처에 뽑아들 카드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직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새겨두어야 할 '게임 전략'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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