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커런트 워', 에디슨이라는 이름의 사업가
‘발명가’ 에디슨이 아닌, ‘사업가’ 에디슨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출
‘전류전쟁’의 역사적 고증은 물론, 영화적 연출까지 섬세하게 담아
입력 : 2019-08-16 01:52:59 수정 : 2019-08-16 09:16:43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커런트 워에 대한 다양한 이슈는 영화 개봉 전부터 접할 수 있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섀넌, 니콜라스 홀트, 톰 홀랜드라는 초호화 캐스팅은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로튼토마토신선도 33%라는 점, 토론트 영화제 이후 재편집을 한 것과 개봉날짜가 꽤 오래 미뤄진 점에 대해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커런트 워가 자칫 토마스 에디슨이라는 사람을 미화한 작품에 그친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커런트 워는 에디슨의 업적을 심하게 부풀리거나 미화하진 않았다. ‘재편집을 통해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는 오히려 에디슨의 인간적인 면에 더욱 초점을 뒀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에디슨을 존경했던 사람들에겐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에디슨’. 우리는 이 이름을 위인전에서 가장 먼저 접했다.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1093개의 특허품을 일궈냈으며, 그 중에서도 전구를 만들어 낸 위대한 발명왕. 하지만 사실 그는 발명보다는 비즈니스적으로 더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 한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는 그가 백열전구를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임스 보우먼 린제이가 1835년 가장 먼저 만들어냈고, 조셉 조지프 스완 경이 개량품을 만들었다. 에디슨은 그저 그 전구에 에디슨 전구라는 이름을 붙어 상업화를 시켰다. 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마치 그 전구를 자신이 만든 것처럼 이미지 메이킹을 한 것이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커런트 워에서는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러한 사업가 면모가 잘 담겨 있다. 비록 이 영화에서는 에디슨과 테슬라(니콜라스 홀트)의 관계보다는 에디슨과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와의 관계성이 더욱 부각돼 있지만, 어쩌면 이러한 시각이 에디슨의 자본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조시켰다고 볼 수 있다. 문명의 발전에 집중하기보단, 자신에게 돌아올 투자금과 이윤을 먼저 계산하고, 다소 치졸하더라도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은 역사적 사실과 매우 비슷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런 에디슨을 연기하기에 아주 적합한 배우였다. 천재와 사업가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인물을 훌륭하게 담아냈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그가 과거에 연기했던 몇몇 캐릭터들의 잔류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에디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백열전구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소짓다가도,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녹음된 축음기를 밤새 돌리며 눈물을 삼키는 얼굴은 에디슨을 선도, 악도 아닌 그저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물론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에디슨의 마지막 모습은 이 영화가 에디슨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고 싶었는지, 그 의도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조지 웨스팅하우스를 연기한 마이클 섀넌과의 케미도 상당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얼굴을 마주하거나 대화하는 장면은 많이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의 감정선은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다. 특히 두 사람의 대립점은 매번 확연하게 갈리게 되는데, 여기서 재밌는 점이 드러난다. 웨스팅하우스는 언제나 점잖고 고요하다. 부유한 사업가 답게 언제나 신사적이고, 움직임 또한 느릿하고 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사업적 마인드는 매우 개방적이고 거침이 없다. ‘직류’(DC)를 고집하는 에디슨과 달리 교류’(AC)라는 미래지향적 기술에 투자하고, 새파랗게 젊은 아웃사이더 발명가 테슬라의 수많은 아이디어도 편견없이 받아들인다.
 
에디슨은 전혀 반대다. 사무실에서의 그는 실험을 할 때를 제외하고 항상 가만히 있지 않는다.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으로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빠르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상대방을 정신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슬프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발전시킨 직류 외에는 그 어떤 아이디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테슬라의 아이디어를 비웃으면서 실제로 해봤냐?”라고 묻는다. 이처럼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커런트 워속 톰 홀랜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새뮤얼 인설이라는 캐릭터를 잘 녹여냈다. 천진하고 앳된 외모를 가졌지만, 순간순간 에디슨을 뛰어넘는 야망을 보일 때는 냉철하고 서늘하다. 존경하는 에디슨을 위해 헌신하다가도, 그의 허를 찌르는 대사나 표정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지금까지는 그저 동안 배우’, ‘스턴트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소개됐던 톰 홀랜드였지만, ‘커런트 워속 그는 그런 수식어를 거의 떠올리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니콜라 테슬라의 분량이다. 테슬라는 에디슨의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라이벌로 불린다. 웨스팅하우스가 에디슨의 비즈니스 라이벌이었다면, 테슬라는 에디슨의 발명가 라이벌이었다. 영상 말미에 짤막한 글로 등장하는 테슬라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조금만 더 담아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만큼 니콜라스 홀트의 테슬라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커런트 워의 개봉은 오는 22일이다.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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