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첫 노벨문학상' 모리슨, '차별 없는 하늘'로
폐렴 합병증으로 타계 향년 88세…흑인의 삶과 정체성 문제 환기
1988년 퓰리처상·1993년 노벨문학상…오프라 윈프리 "우리 시대의 양심"
입력 : 2019-08-08 10:07:05 수정 : 2019-08-08 10:07:0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리슨은 전날 뉴욕브롱스 메디컬센터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모리슨의 유족들은은 "지난밤 모리슨이 가족과 친구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자신의 엄마와 할머니, 고모에 늘 헌신했다"고 밝혔다.
 
모리슨은 흑인의 삶과 역사를 서사적인 기법으로 묘사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가로 평가된다. 주로 여성적 관점에서 흑인의 정체성 문제를 환기시키며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1931년 오하이오주 로레인의 흑인 노동자 딸로 태어난 그는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를 거쳐 코넬대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자메이카 건축가 해럴드 모리슨과 결혼해 두 아이를 가졌지만 6년 뒤 이혼했다. 1965년부터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5년 뒤 '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했다. 이 데뷔작은 미국사회에서 백인처럼 푸른 눈을 갖고 싶어하는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소설이다. 1970년 가혹한 인종차별을 겪은 소녀 시선으로 미국 사회 만연한 성차별을 고발한 작품이다.
 
1987년에는 '빌러비드(Beloved)'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이 소설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비인간적 노예제도의 실상을 파헤친 작품이다. 마거릿 가너라는 흑인 여성 노예가 2살 짜리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살해하는 비극을 담았다. 책을 낸 이듬해 퓰리처상과 아메리카북어워드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 훗날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유명 흑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아 큰 화제가 됐다. 유명 평론가 스탠리 크라우치는 이 작품을 "검은 얼굴을 한 대학살(홀로코스트) 소설"이라고 평한 바 있다.
 
1992년에는 1920년대 뉴욕 할렘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한 삼각관계를 그린 소설 '재즈'를 냈다. 이 작품으로 이듬해 모리슨은 흑인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환상적인 힘과 시적 함축으로 미국 현실의 본질적 측면에 삶을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솔로몬의 노래', '술라', '토박이', '타르 인형' 등의 소설을 냈다. 1997년에 낸 '패러다이스'는 '빌러비드', '재즈'와 함께 묶어 '빌러비드 3부작'으로도 불린다.
 
1998년에는 잡지 '타임'의 표지 모델이 됐다. 여성 소설가로서나 흑인소설가로서나 두 번째였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에는 미 현대 문학의 지평을 넓힌 공로로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날 모리슨의 타계 소식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모리슨의 글은 우리의 양심과 도덕적 상상력에 대한 아름답고 의미있는 도전이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오프라 윈프리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리슨은 우리 시대의 양심이었고 예언자였고, 진실을 말하는 텔러였다"며 "말의 힘을 이해했던 언어의 마술사이기도 했다. 그는 그 말들로 우리를 휘저었으며 일깨웠고 교육시켰다. 우리가 깊은 상처와 대면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고 추모했다.
 
흑인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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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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