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쉐보레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신규 회원 가입 신청을 놓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행보로 보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한국 공장 철수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는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수입차협회)에 신규 회원 가입을 위한 서류들을 제출했다. 수입차협회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국내에서 생산은 하지 않고 판매만 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조직이다.
쉐보레는 트랙스와 말리부, 트랙스는 부평 1, 2공장에서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카마로, 임팔라, 볼트, 이쿼녹스는 수입해 판매 중이다. 국내 진출 초기에는 카마로 등 일부 차종만 수입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생산보다 수입 모델이 많아졌다.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새 모델도 모두 수입한다. 회사는 오는 8월에는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9월에는 대형 SUV 트래버스를 들여올 계획인데 두 모델 모두 수입차가 경쟁 차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콜로라도가 진출하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지엠은 렉스턴 스포츠보다는 포드 레인저나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경쟁 차종으로 보고 있다. 트래버스의 경쟁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수입 SUV로 이들은 모두 5000만원 이상 가격의 차종이다.
콜로라도를 두고 경영진과 이야기 나누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맨 오른쪽). 사진/한국지엠
이번 수입차 협회 가입 시도도 쉐보레가 수입차로 분류돼 벤츠나 BMW 같은 고급차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지난해 5월 한국지엠은 중형 SUV 이쿼녹스의 부진을 맛봐야 했다. 북미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했지만 현대차 싼타페, 투싼 경쟁 차종보다는 비싸 쓰라린 실패를 겪었다. 이를 교훈 삼아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전환해 새 판을 짜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쉐보레의 경우 수입차보다는 국산차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쿼녹스의 실패도 소비자들이 이 모델을 수입차가 아닌 국산차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엠은 지엠대우 시절부터 이어진 국산차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 때문에 수입차 가격대로 신차를 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입차협회 가입 시도로 인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한국지엠 또 한 번 국내 철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처럼 국내 시장에서 생산은 하지 않고 딜러 역할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입차협회 가입 시도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위치를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지엠은 지엠 본사가 전세계적으로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수입차를 통해 대형 SUV와 픽업트럭 등 비어있는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쿼녹스는 수입차인데 쉐보레가 국산차 이미지라 적정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웠고 결국 성적이 저조했다"며 "수입차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협회 가입에 나서게 된 것이며 기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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