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심호흡하는 '치유음악', 제이슨 므라즈의 동화 속으로
입력 : 2019-07-26 15:53:24 수정 : 2019-07-26 15:53:2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24일 오후 9시 경, 서울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 4년 8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제이슨 므라즈(42) 공연이 중후반부를 향해 갈 무렵이었다.
 
"깊이 들이 마셔요. 다시 들이 마시고. 자, 내뱉어요."
 
인디언 추장처럼 동그란 눈 밑에 녹색선을 그은 므라즈가 말했다. 순간 너른 초록의 잔디(객석) 위 차분한 몇 천개의 '들숨 날숨'이 고래처럼 뿜어졌다.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가 뱀이 나올 듯 배경음을 깔아주자, 그가 천천히 마이크 주변을 세바퀴 돌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잃을 지 몰라요. 하지만 곧 다시 찾을 거예요. 또 다시 잃어도 괜찮아요. 찾겠죠. 그렇게 삶은 돌고, 돌고, 돌아요." 
 
인간과 자연, 고통과 환희. 이 순환하는 삶의 미로 속의 열쇠는 '사랑' . '쓰읍 하'를 반복하는 므라즈와 관객은, 곧 사랑이 충만한 동화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타르와 우쿠렐레, 차임벨, 쉐이커가 달콤한 선율을 쌓고, 므라즈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고음을 얹었다. 요정처럼 노래했다. '답은 사랑 뿐인 걸'(곡 '러브 이즈 스틸 디 앤서(Love is Still The Answer)' 중)
 
제이슨 므라즈. 사진/에이아이엠
 
기시감이었다. 그러니까 40분 전. 그 곳은 이미 동화 속 세상이었다. 므라즈는 '베스트 프랜드'를 소개한다며 잠시 무대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그의 오른 손에는 '친구'라던 손 인형이 있었다. 둘은 초록의 잔디를 내려다 보며 깊게 호흡을 깊이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너의 손을 잡고 세상의 끝까지 가고 싶어'(곡 '모어 댄 프랜즈(More Than Friends)')라며 노래했다. 심호흡은 노래였고 노래는 사랑이었다. 사랑은 곧 위로가 됐다.
 
이 사랑꾼은 무대 위에 서면 자신의 밝고 자연적인 노랫말과 닮은 구석들이 참 많았다. '회색빛 하루를 사랑으로 이겨낸 삶'(곡 '언론리(Unlonely)')을 이야기하는 것 외에도 신호등 색깔의 옷을 입은 백보컬들과 햇살 같은 표정으로 율동하는 등 마음을 정화하는 듯한 무대를 구성했다. 
 
2017년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이트리스(Waitress)'로 배우 데뷔를 해서였는지, 무대 구성은 극 한 편처럼 다이나믹했다. 인형극 말고도 이날 그는 백보컬들과 둥그런 원을 싸고 노래했고, 박자에 맞춰 개다리 춤 같은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즉석에서 지어낸 말로 개사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제이슨 므라즈. 사진/에이아이엠
 
동화 같은 사랑의 노랫말들, 그것은 위로와 치유의 2시간이었다. 최대 히트곡 '럭키(Lucky)' 전에는 피아노에 올라 가사 속 음절들을 일부러 두 번씩 늘어뜨리는 '히어링 더블스(Hearing Doubles)'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것은 꼭 메아리로 듣는 세레나데 같았다. "나는 나는, 너를 너를, 사랑해 사랑해…이 말을 이 말을, 나는 나는, 두 번 두 번, 해야해 해야해…" 앙코르 '러브 섬원(Love Someone)'까지 총 20곡을 밝고, 흥겹고, 따스하게 노래했다. 치유되고, 정화되는 사랑의 언어들이 그렇게 동화 세계를 만들었다.
 
'굿 바이브스(GOOD VIBES)'라는 타이틀의 이번 공연은 올해 초 정규 6집 '노우.(Know.)'의 발매 기념 월드 투어 일환이었다. 지난해 7월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시작한 공연은 뉴욕, 워싱턴 등 북미를 거쳐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영국 등 유럽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레 한국으로 넘어 온 건 벌써 한국에 대한 뜨거운 애정 때문이다. 
 
이날 '널 사랑하는 것 말고는 계획이 없어'(곡 노 플랜스(No Plans)')라 노래하던 그는 "(가사는) 맞다"며 "널(한국 팬들) 사랑하는 것 말고 난 계획이 없다. 그래서 비행기 타고 여기를 왔다"며 웃었다. 한국 말로 나는 '고막 남친' 맞다고도 하고, 한국식 손하트도 건넸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의 8번째 한국 방문. 서울 이후 공연은 이날(2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도 이어진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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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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