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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밀 외국정보기관에 넘긴 탈북민 항소심서 '무죄'
전직 국군정보사령부 요원 징역 4년…기밀 인지 여부 판단 엇갈려
2019-07-24 11:17:58 2019-07-24 11:17:5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전·현직 국군정보사령부원들로부터 군사기밀을 입수해 외국정보기관에 팔아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탈북민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입수한 정보가 정보가치는 있지만 군사기밀임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이 탈북민에게 기밀을 흘린 정보사령부원들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24일 국군정보사령부의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해외 파견 우리 정보관 신상정보를 외국정보기관에 제공해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을 해한 일반이적, 부정 처사 후 수뢰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이모씨 및 전직 정보사령부 팀장 황모씨와 요원 홍모씨의 항소심 판단에서 이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황씨에겐 징역 4년 및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674만원, 홍씨에겐 징역4년을 선고한 1심 양형을 유지했다.
 
북한보위사령부 출신으로 2001년 탈북한 이씨는 2005년 입국해 한국에 정착했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를 설립해 북한 관련 고급정보를 국가기관에 제공하고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 북한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그러던 중 친분을 쌓은 홍씨에게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정보사가 생산한 군사기밀 70여건을 외국정보기관에 팔아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2년 정보사령부를 퇴직한 홍씨가 넘긴 정보는 당시 현직 정보사령부 팀장이던 황씨가 정보사령부 사무실 내 군사기밀조회단말기에 접속해 탐지·수집한 군사기밀이었다. 다만 홍씨는 황씨로부터 받은 기밀 자료를 그대로 이씨에게 넘긴 것이 아니라 다시 수기 작성하거나 타이핑해 별도의 파일로 가공해 제공했다. ‘군사기밀표시는 삭제했고, 그 출처를 허위로 말해주기도 했다. 세 사람의 양형이 엇갈린 건 이 지점이었다.
 
재판부는 이씨 입장에선 자신이 평소 다루던 북한 관련 정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고, 군사기밀이라 의심하기도 어려웠을 걸로 보인다면서 이씨만 무죄로 판단했다. 군사기밀임을 인지한 황씨와 홍씨에 대해서는 탐지·수집·누설한 군사기밀이 상당수에 이르고 기간도 장기간이었다며 특히 외국 파견 정보관 인적사항을 외국정보기관에 전달한 행위는 자신이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정보사령부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배신적 행위로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정 처벌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정보사 요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황씨와 홍씨가 탐지·수집·누설한 기밀 160여건 중 북한지역 물가·환율 동향 정보 26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군사기밀은 비공지성 비밀가치성 비밀표지성을 갖춰야 하는데, 북한 물가와 환율 정보는 인터넷에 이미 공개돼 있고,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실질적인 군사기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일부 무죄 판단은 양형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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