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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사사건건 충돌…변호사 입회 두고도 '시끌'
윤석헌 원장, 6개월 준비기간 요청했지만 금융위서 3개월로 단축
2019-07-16 01:00:00 2019-07-16 01: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시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는 개정안 도입 사전준비(유예)기간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키코 재조사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사안에 이어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다. 이 개정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사업자 선정 실패 대책 논의를 위한 긴급 당정 회의가 열린 지난5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불공정거래 조사업무와 특사경 업무간 정보차단방안과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당초 개정안은 바로 시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규정변경 예고기간 중 금융감독원이 운영지침과 조사원 교육 등의 준비를 고려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했고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를 채택했다. 하지만 5월에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내세운 '6개월'이란 기간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기간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참고할 만한 다른 규정들이 있고, 이러한 규정들이 유예기간 없이 도입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과 2016년부터 이를 전면허용한 자본시장조사단은 유예기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 측 보고자는 회계감리와 조사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변호인 참여규정 도입을 앞두고 실무지침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에서는 실무지침을 갖고 시작했지만 자조단은 이러한 지침 없이 바로 시행한 점도 지적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금융위에 6개월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감독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처음 하는 일이라 시작이 중요한 만큼 6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준비를 잘해서 시작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들은 6개월의 유예기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한 위원은 "대리인 입회는 기본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6개월로 해서 (제도시행)시간을 끈다는 인상을 주는 것보다 3개월로 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말했다. 결국 이 개정안은 고시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수정의결됐다.
 
금감원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입회에 관해 두 기관이 이견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규정안'을 의결하며 변호인 입회를 반대하는 윤 원장에게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했겠습니까"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두 기관이 갈등을 벌인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두 기관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이 키코 재조사를 천명하자 최 위원장은 "분쟁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또 금감원 특사경 출범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다며 금감원의 단독 행동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학자시절부터 금융위 해체를 비롯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장에 올라 정부의 금융정책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의 기형적 구조와 갈등으로 금융 관련 정책 입안이 선진국에 비해 더딘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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