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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딜레마
FATF, '거래소 신고' 의무화 결정…"'제도권 편입' 오해될까" 우려
2019-06-30 12:00:00 2019-06-30 15:48:18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강제하면서 금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국제기준에 따라 거래소 신고제로 전환해야 하지만, 당국은 암화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합법적인 곳으로 인식해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FATF가 각국의 감독당국에 암호화폐 인허가 신고·등록 의무화를 전달하면서 금융위원회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당국 관계자는 "이번 국제기준이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될까봐 금융위가 난감해하고 있다"며 "거래소를 법제화 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라고 밝혔다.
 
FATF는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총회를 열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국제기준을 채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감독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 해야 하고, 감독당국은 자금세탁방지의 감독수단을 보유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는 구속성이 있는 기준으로, 미이행하면 '비협조국가'로 인식돼 국제거래 제재 리스트로 등록된다. FATF는 암호화폐 감독 이행상황을 2020년 6월 총회에서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국제기구의 기준에 맞춰 거래소 신고·등록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간 금융위, 법무부 등 정부는 암호화폐를 공식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투기 성격이 강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도 금융위는 암호화폐공개(ICO)를 계속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등록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정부의 공식 등록된 곳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스템 등 부실방지 요건이 없는데도, 단순히 감독당국의 신고·등록됐다는 것만으로 투기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거래소의 상호명·주소지가 당국에 등록될텐데,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것만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될 경우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거래소는 줄줄이 폐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암호화폐거래소법을 만들어 자본금 20억 등 기준을 마련하면 소수의 거래소는 살아남겠지만, 나머지 부실 거래소는 모두 문을 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다수의 투자 피해자들이 발생해 문제가 커진다"며 "이것이 함부로 법제화를 할 수 없는 이유" 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 법무부 등이 총대를 메기 싫어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제화를 안해도 문제라서 상당히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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