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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접촉 대신 '트럼프 DMZ 메시지'
정부 "북미접촉 가능성 낮아"…비건, 내일 이도훈과 북핵협의
2019-06-27 17:37:58 2019-06-27 17:37:58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틀 전인 27일 한국을 먼저 찾았다. 당초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직접 북한에 메시지를 던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북측 인사를 만날 예정이냐' '최근에 북측과 접촉이 있었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없이 공항을 떠났다.
 
비건 대표의 향후 일정에 대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비건 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다"며 “이번 협의에서 북미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공조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과의 협의 후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비건 대표가 28일 중 판문점을 찾아 북미 실무회동을 진행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수많은 인사들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면서도 "그(김 위원장)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마도 다른 형식으로 그와 대화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방한 중 어떤 형태로든지 북미 정상 간에 의미 있는 메시지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형식’의 대화 방식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비건 대표를 통한 북미 실무협상 가능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DMZ를 찾아 북한에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축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MZ 모처에서 북한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 실무진을 대상으로 불만 섞인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는 점이 그 가능성을 높인다. 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27일 "미국이 쌍방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댄다고 해서 조미(북미)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해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여건 조성 필요성과 함께 미국에 협상 담당자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도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조미 수뇌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지칭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미국 실무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북한과의 실무회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도 "비건 대표가 북측과 실무접촉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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