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 사이로 전동 킥보드가 지나갑니다. 요즘엔 무리 지어 전동 킥보드를 타는 동호회도 많아졌습니다. 자전거만큼 가볍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고, 유지비까지 적게 들어 큰 인기입니다. 스마트폰 어플로 전동 킥보드 사용을 예약하고 일정 지역에서 탈 수 있는 공유플랫폼도 생겼습니다.
4~5년 전부터 등장한 전동 킥보드는 입소문을 타며 운행자가 4만명에 육박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6년 6만대에서 2022년 2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엔 호기심이나 레저 목적이었지만, 최근엔 근거리 이동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겁니다.
시장은 급성장했으나 관련법과 안전운행 세부기준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불만이 큽니다. 지금 국내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를 소지해야 합니다. 운행도 차도에서만 할 수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운전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오토바이와 같이 취급되다 보니 술을 먹고 타는 건 음주운전 단속대상에 포함됩니다.
전동 킥보드를 계속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해 규제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시속 30㎞인 전동 킥보드는 60㎞로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위험천만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킥보드를 타면 앞이나 옆에서 갑자기 끼어든 물체에 대응하기 어려워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 14건이었던 전동 킥보드 사고는 지난해 233건으로 15배 늘었습니다. 지난해 사고 중 40%는 운행 관련 사고였습니다. 전동 킥보드 운행자들과 공유플랫폼 업계에선 신개념 이동수단 산업활성화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관련법 정비와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선 전동 킥보드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걸음걸이가 느립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3월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토록 하는 혁신안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아직 방안을 검토만 하고 연말 용역보고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정부의 전동 킥보드 관련 업무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으로 나뉘었습니다. 국회에서도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새로 정의하고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다시 분류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회가 파행됐고,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 다른 주요 법안에 밀려 아직 법안심사소위에도 못 올라갔습니다.
새로운 공유경제 서비스이자 신개념 이동수단이 된 전동 킥보드.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산업 육성과 운행 안전을 지킬 해법이 필요합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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