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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스트릿건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년·어른 시점 넘나드는 '성장기 가사'…인생 되감으며 옛것 탐미
정규 2집 '더 세컨드 불릿' 발매 기념 인터뷰②
2019-06-22 06:00:00 2019-06-22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씬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를 가득 메우는 대중 음악의 포화에 그들의 음악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1집 이후 새 정규 앨범이 나온건 4년 만이다. 스트릿건즈<타이거(기타), 철수(보컬·탬버린·하모니카), 로이(업라이트베이스), 뀨뀨(리드기타), 인선(드럼)>는 2집 '더 세컨드 불릿(THE SECOND BULLET)'을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큰 틀은 사실 우리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가장 사적인 이야기지만, 그걸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려고 했어요."(타이거)
 
더블 타이틀곡 '기타로 오토바이를 사자'는 자전적 이야기를 각색한 곡이다. 어른들이 원하는 모범생이 되지 못해 괴로웠던 소년이 기타를 만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산울림의 명곡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제목을 오마쥬했다. 
 
"음악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그런 질문이 종종 오가요. '누가 돈 몇 조원을 준대. 대신 음악하지 말래. 그럼 안할거니?' 제 주변엔 그래도 음악할 것 같다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누구나 그런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 곡이예요."(타이거)
 
스트릿건즈 2번째 정규앨범. 사진/타이거레코드
 
자전적 이야기인 탓인지, 수록곡들은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듯 들린다. 소년과 어른 시점을 넘나드는 가사들은 한편의 성장기 드라마를 보는 것도 같다.
 
하늘을 나는 야구 플라이볼을 멋진 현재를 깨닫자는 우리네 인생에 은유하기도 하고('베이스볼 블루스'), 지난 날에 얽매이지 말고 희망적 관점으로 살자('커버업')는 이야기도 건넨다. 한국 동네 골목의 작은 선술집에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먹고 마시는 풍경은 오늘의 우리를 위로한다.('우리 동네 이자카야') 
 
'아주 오랫동안 어른'이었던 이들은 '얼마나 더 어른이 돼야 하는 걸까'(없었던 일로)를 스스로 묻는다. 
 
"마흔인데도 어른이 참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또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왜냐면 계속 깨닫고 배울 수 있잖아요. 어른인 나이긴 하지만, 아직 마음이 채 자라지 않은 것 같아요."(타이거)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은 분들을 보면 범접할 수 없는 깨달음을 얻으신 분들, 이란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우리는 얼마나 더 시간이 돼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있는 거죠.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아요."(철수)
 
진지한 분위기도 잠시 멤버들이 누가 더 철 없는지를 재며 장난친다. 타이거 형이 제일 철이 안들었죠. 그 다음이 저예요."(로이) "타이거 형 곡 쓰는 걸 보면 꼭 '브릿지 2' 부분에서 항상 깨달음에 당도해요. 반성하고."(철수) "형은 술 먹을 때도 깨달아. 맨날"(로이) "저, 그만 좀 깨달을까요?"(타이거)
 
로커빌리 복합문화공간 '실리빌리'에서 만난 스트릿건즈. 사진/타이거레코드
 
앨범을 돌리다보면 스트릿건즈의 시간은 자꾸만 거꾸로 간다. 인생을 되감으며 밴드는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탐미한다. 타이거는 앨범 중 마음에 드는 곡으로 다른 타이틀곡 '오래된 무언가'를 꼽았다.
 
"앨범 전반의 메시지를 엮는 곡이예요. 숨가쁘고 팍팍한 한국의 현실에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우리 팀이 가장 추구하는 가치가 그것이기도 하고요."(타이거)
 
"저는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해도 애초부터 새로운 게 있나? 늘 생각해요. 자세히 뜯어보면 원래 있던 것이거나 합쳐져 만들어진 거 잖아요. 그래서 변화나 유행을 쫓아가기만 하면 결국 듣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공허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기보단 차라리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자신이 만족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철수)
 
스튜디오에서 업라이트베이스 녹음 중인 로이. 사진/타이거레코드
 
작업 방식도 완전히 아날로그다. 컴퓨터로 음을 찍는 시대에 이들은 정반대로 갔다. 오선지에 코드를 직접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만든다. "타이거 형이 오선지에 코드, 멜로디, 가사를 적어오면 멤버 5명이 옛날 방식으로 알아서 편곡을 해요. 초안을 그려오면, 우리가 명암 넣고, 색깔 입히고. 공동 작업을 하는거죠."(로이)
 
5명의 음악과 인생이 하나의 케미컬로 송두리째 뒤섞인다. "어제 들었던 음악이 튀어나오고, 여자친구와 싸운 감정이 들어오고. 애초에 제가 써온 곡이 완전히 다른 곡이 돼 있어요. 단점은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거. 1~2달에 하나 만들까 말까. 그러다 이렇게 늦어졌죠."(타이거)
 
앞으로의 음악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스트릿건즈의 장르는 스트릿건즈'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는 곡들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로커빌리 복합문화공간 '실리빌리'에서 만난 스트릿건즈. 사진/타이거레코드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여행지에 빗대 달라는 요청을 건넸다. 제 각각 개성 넘치는 답변들이 돌아왔다. 
 
"고속도로랑 바닷가. 리드미컬한 곡들은 시원하게 달릴 때 들으면 좋거든요. 바다가 떠올려지는 곡이 있기도 하고요. 음악을 켜고 고속도로를 달려 바닷가에 다다르면 딱 좋을 것 같아요."(철수)
 
"저도 음악 틀고 드라이빙하는 여행 같은 거. 심야 영화보고 나서, 음악 틀고 달리면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 순간 만큼은 스트레스 안받는 그런 느낌이었으면 해요."(인선)
 
"저는 어렸을 때 떠나왔던 동네 같은 곳. 배우자나 연인이 있다면 옛날 사진 앨범을 보여주면서 그 곳을 함께 둘러보는 느낌일 것 같아요. 학창시절 후회한 기억들도 있을 것 같고.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평범한 여러 장면 같은 느낌, 그런 게 아닐까."(뀨뀨)
 
"'대명항'은 대명항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타이거) "앨범 내기 전부터 대명항 횟집에서 라이브 하자는 그런 이야기가 우리끼리 나오기도 했거든요."(철수)
 
신중하게 고민하던 로이가 마무리를 지었다.
 
"원초적으로 봤을 때 앨범은 따뜻한 느낌이 있어요. 음악도 굉장히 뜨겁고요. 그래서 괌이나 발리 같은 휴양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크림슨 글로리라는 메탈 밴드를 들으면 차가운 그린란드 이미지가 떠오르 듯이, 우리는 그것과 반대되는 이미지 아닌가 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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