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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 시달리는 내수산업)②'부실낙인만은 피하자'…자산 팔아 빚 갚는 기업들
경기 우려에 신용 강등사태 속출…체감경기 바닥권 내수업종, 울며 겨자먹기식 자산 매각
2019-06-20 16:42:33 2019-06-21 15:17:4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경기 정점 판단엔 각계 시각차가 있지만 산업 경기를 보는 금융권 시각은 벌써 냉랭하다. 최근 기업 신용등급 하락이 속출하며 불황이 닥치기 전 빚 부담에 노출되고 있다. 부실 기업으로 인식되면 대출부터 상환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용도 방어에 사활을 건다. 돈 벌 수단이 줄어도 기업들이 자산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6년말 회사채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유동성 불안이 대두되자 이랜드월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 티니위니와 이랜드파크 외식사업, 이랜드리테일의 모던하우스 등을 팔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랜드리테일의 프리IPO를 추진해 긴축 대책의 출구도 마련했다. 2016년 이랜드월드는 계열사 4개를 기업집단에서 제외시켰는데 9개를 새로 편입해 5개가 순증했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16개를 제외시켰고 지난해에도 이랜드면세점 청산을 비롯해 국내외 계열사 17개를 합병 또는 지분매각, 청산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 대금 확보로 현금 상황은 한결 나아졌다. 한때 300%를 넘었던 이랜드월드 부채비율은 지난해 별도 기준 166.3%까지 낮아졌고 계열사를 통틀어서는 116.9%로 개선됐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성장 시장이 견조할 때는 부채 비율이 높아도 금융권 대출이 수월했다라며 사드 이후 경기 불안이 커지자 대출이 까다로워졌고 그로 인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산을 팔고 부채비율을 낮췄다라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사드 이슈는 완화됐지만 시장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온라인 침투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채널 업황 둔화와 경쟁 심화 등 경영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최근 대형 유통채널은 대부분 유동성 대책에 여념이 없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부실 점포를 다수 폐점했고 일부 매장 부지와 건물 지분도 팔았다. 롯데마트도 중국 사업 철수 외에 국내 몇몇 점포 문을 닫았으며 유휴부지를 매각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안양점 영업을 중단했고 인천 부평점을 양도했다. 홈플러스도 올 초 중동점과 연수원 유휴 부지 등을 팔아 현금을 확충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유휴부지 매각을 진행해왔다.
 
사드 이슈가 걷힌 것도 잠시 내수경기 불안이 고조되면서 상황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최근 해태제과,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내수업종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업종 위기가 반영되고 있다. 신용 하락의 공통된 원인은 반등할 길이 보이지 않는 업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해태제과 관련 제과시장 성장둔화와 경쟁심화로 건과 및 빙과 부문 주력 제품 매출이 감소한 것을 등급 평가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식품·비식품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온라인 채널 침투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업태 경쟁력 약화로 성장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롯데쇼핑이나 홈플러스 역시 국내 소비부진과 오프라인 업태 전반적 성장 정체가 평가 당시 언급됐다.
 
업황 못지않게 정부 규제압박도 평가에 부정적 요소로 지목된다. 대형 유통매장의 휴일 의무휴업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과 52시간 근무제 확대 및 최저임금제 상승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이 주요 유통채널 평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보건설이나 두산건설 등 신용 이슈가 발생한 건설회사의 경우 정부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대되는 등 분양성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신용경색 등 현장의 체감경기가 벌써 바닥권이라며 규제 완화나 경기 부양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실제 건설업종의 경우 주택 규제 강화 이후 올 들어 분양물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같은 영업환경에서는 자산을 팔고 운영, 노하우 위주 위탁 사업만 전개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게 최선인 것 같다라며 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는 사업은 뭐든 폭리를 취한다는 식으로 제동을 거니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라며 부담이 적은 플랫폼 사업 위주로 버티는 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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