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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비리 방지' 법안 국회 표류
모범규준 도입 1년 맞았지만…부정합격자 조치·피해자 구제 없어
2019-06-16 12:00:00 2019-06-16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도입 1년을 맞았지만 제2의 채용비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채용비리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필기시험 부활과 임원 추천제 폐지 등에 나섰으나,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부정합격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서 시민단체가 채용비리 근절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발의된 채용비리 방지법 가운데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모두 11건이다.
 
각 법안마다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남녀고용평등과 채용절차의 공정화를 통해 특혜 채용을 차단하고 정당한 절차를 확립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민·KEB하나·신한·부산·대구·광주은행 등 은행권 전반에서 드러난 불공정한 채용행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심상정·장정숙·김관영·손금주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 있어 남녀를 차별한 경우 벌칙을 상향 조정하자는 내용과 구직자의 요청에 따라 평가항목별 점수 등을 공개하고, 제3자의 부당한 청탁이나 금전적 이익 제공이 있었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황주홍·추혜선·박광온 의원 등은 산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통해 국책은행 내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대주주 및 주요출자자의 금지행위의 범위를 확대해 은행의 건전한 경영활동을 도모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인사와 관련해 부정행위를 하거나 이를 청탁·알선한 자에 대한 수사·감사 의뢰 및 직무정지, 임용 취소와 같은 제재방안을 법제화하자고 제안하는 내용도 발의됐다. 다만 관련 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은행권은 채용비리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은행연합회 주도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채용은 외부 전문 업체에 채용 프로세스 과정을 위탁하고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해 진행됐다. 그러나 모범규준 자체가 강제성이 없다보니 부정합격자의 경우 여전히 퇴사조치 없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탁자 공개나 피해자 구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된 모범규준을 보면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고 명시해놨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고, 부정합격자에 대해 조사나 징계,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 등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공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모범규준이 마련됐고, 당장은 이를 잘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관련 법적 장치가 마련되거나 채용 청탁자나 부정 채용자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시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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