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커지는 D의 공포, 손놓지 말아야
입력 : 2019-06-14 06:00:00 수정 : 2019-06-14 06:00:00
"인플레이션(inflation)에는 정책적으로 민감하게 대응하지만, 더 이상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deflation·D)에는 둔감하다."
 
준디플레이션에 빠진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한 교수의 말이다. 생필품이 급등해 서민들의 삶에 당장 체감 가능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경기침체로 물가가 서서히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방치에 가깝다는 얘기다. 
 
D의 공포는 이미 시작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5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0%대 연속 기록은 2015년 2~11월의 10개월 이후 최장이다. 더구나 유류세 인하라는 정책적 지원이 없었다면 이보다 0.1%포인트 이상 더 낮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상황도 불투명하다. 생산과 투자, 소비가 모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4%(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저물가가 고착화되는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당국은 뒤늦게 다양한 대책을 내놨으나 현재까지도 큰 반등은 없었다. 
 
반면 미국은 달랐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 2010년대 초중반 강력한 양적완화를 통해 극복해 나갔다. 이후 미국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추진 동력을 갖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2일 한은 69주년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3년 만에 인하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터라 한은의 태도 변화는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다만 구체적 시기를 가늠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 금통회의에서 소수의견은 1명에 그쳤다. 3분기냐, 4분기냐를 두고 시장의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시기를 두고 지나친 신중으로 기울어질 경우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 수출 지향으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명민하게 적극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 일본과 미국의 극명한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정하 정책부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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