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조선실록 뒤지는 이유
입력 : 2019-06-14 08:00:00 수정 : 2019-06-14 08:00:02
이종용 금융팀장
16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원리금 상환액이 늘면 가계 소득을 빚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관리한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거절당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서민의 재산형성 및 금융지원 강화'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화 단계에 들었다고 보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의 '돈줄'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예산이 문제다.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정부 예산을 늘리려고 했지만, 작년말 국회를 거치면서 전액 감액됐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로부터 서민금융 출연금을 상시적으로 받겠다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서민금융에 돈을 대야 하는 금융사들은 마땅치 않아 한다. 정부 재정은 투입하지 않으면서 금융사의 허리끈을 옥죈다는 것. 그리고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정책이 나올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지적이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다. 빚 갚으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에 빠진 사람을 매번 구해주면 누가 빚을 갚겠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민금융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의 메모장에는 조선왕조별로 어떤 서민금융 정책이 있는지 빼곡하게 적혀있다.
 
대표적으로 세종실록을 보면 이자총액이 연 10%를 넘지 못하게 했고, 영조때에는 환곡이자를 10%로 제한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조때에는 사채얘기도 나오는데 월 이자가 연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망국으로 끝난 조선시대에도 서민금융 정책이 있는데,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서민금융 정책에 대해 인색하다는 게 이계문 원장의 시각이다.
 
이계문 원장은 금융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사에 라이선스를 줬다는 것은 독점적인 이득권을 준 것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도움을 주라는 뜻이다. 채무를 갚지 못한 사람들이 은행과 같은 1금융권에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으니, 사회공헌(서민금융 출연)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이계문 원장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온 것도, 관료 특유의 추진력으로 서민금융 정책을 추진하라는 특명을 받은 게 아닌가 한다. 그는 당장 내달부터 각 금융업권과 간담회를 갖고 실무회의를 벌이면서 구체적인 서민금융 재원 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서민금융 지원은 시장에서 알아서 해보라는 재정당국과 서민금융 재원 출연에 인색한 금융사,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일부 부정여론 등 서민금융 확대는 녹록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라도 잡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서민금융진흥원과 그의 고민이 느껴진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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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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