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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자진상폐, 손놓고 지켜본 거래소
알보젠, 95% 주식확보 못했는데 상폐…주식분산 10% 미달 규정 이용
코스닥은 작년 세칙 개정해 꼼수 차단…거래소 "문제점 인지, 규정 바꿀 것"
2019-06-05 01:00:00 2019-06-05 07:38: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이 주식분산미달 기준의 허점을 이용해 상장폐지 목적을 달성하자 한국거래소가 한 발 늦게 대응에 나섰다. 자진상장폐지를 원했던 알보젠코리아가 최소지분율 요건 95%에 실패하자 상장폐지 사유인 주식분산요건 10% 미만 기준을 이용해 지난달 코스피에서 상장폐지한 것. 거래소는 뒤늦게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연내 개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자진상폐 신청 시 최대주주의 최소지분율 95% 요건을 갖춰야한다. 따라서 자진상폐를 원하는 기업들은 나머지 소수주주들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최대주주 지분율을 95% 이상으로 높여야 상장폐지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식분산기준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 기준과 상충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일반주주가 소유한 주식의 총수가 유동주식수의 10% 미만인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지 1년이 지나도 이 사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 해당 기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즉 최소지분율 95%를 못 채워도 주식분산기준 10% 미달에 해당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최대주주가 굳이 공개매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일처리 돼서 상장폐지가 될 경우엔 나머지 소액주주들은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지난달 알보젠코리아가 이 같은 사유로 코스피에서 상장폐지됐다. 앞서 알보젠코리아는 2017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알보젠코리아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실시했으나 공개매수 가격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들이 응하지 않아 지분율이 92.22%에 그쳐 자진상폐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듬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알보젠코리아의 일반주주 지분율이 10% 미만이 되면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회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것이다.
 
작년 4월 알보젠코리아의 관리종목 지정 사유는 '보통주 주식분포요건 미충족(일반주주수 주식수 10/100미만)'이었다. 그러나 알보젠코리아는 2018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시한인 올해 4월1일까지 주식분산미달 사유 해소를 입증하지 않았고, 결국 상장규정 제48조의 주권 상장폐지 기준인 '주식분산 미달 2년연속'에 해당됐다. 최소지분 확보를 못했는데도 상장폐지 목적은 달성하게 됐다.
 
거래소는 금융당국과 논의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두 개 규정이 상충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당국과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의 자진상장폐지 꼼수는 자진상장폐지 최소지분율 95% 요건과 주식분산미달 기준이 상충되는 것인 만큼 최소지분율을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해 세칙을 개정했다. 상장사가 자진상폐를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는 경우 일반주주 지분율이 주식분산미달 기준인 20%에 못미치더라도 3년 동안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알보젠코리아와 같은 사례는 없었으나 자진상폐를 위해 상장사가 공개매수를 하면 소액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난해 규정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코스피 상장기업의 주식분산미달 기준을 악용한 상장폐지 꼼수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알보젠코리아는 자진상장폐지 요건 달성에 실패하자 주식분산요건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지난달 상장폐지됐다. 사진/한국거래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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