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지속 가능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철도나 도로, 산업단지 등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자본 투입 외에 중소기업이 북한 내 붕괴된 생산토대를 재건해 '생산-소비-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 삶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평화가 경제다: 남북경협과 중소기업' 토론회에서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일부 시장경제 요소를 받아들이며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외부 상품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남북이 장기 목표로 합의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서는 남북경협에 북한 주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평화가 경제다: 남북경협과 중소기업' 토론회'에서 전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가운데)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북한 내 삶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안으로는 기초 생산부문 재건을 꼽았다. 정부와 대기업은 철도, 산단 등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하고 중소기업은 북한 주민이 경제활동할 수 있는 공장과 기업소를 재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1990년대 이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공장과 기업소가 붕괴돼 가동률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공장과 기업소를 떠나 장마당 등 비공식적인 부문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이 북한 내 생산과 소비의 모세혈관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남북한 주민 삶의 이질화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거론돼온 인프라 확충이나 산업발전을 통한 낙수효과에서 나아가 북한 주민의 삶을 복원시키는 단계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건된 공장과 기업소에 북한 주민이 복귀하고 생산이 회복되면 구매력 증가에 따른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남북 경협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이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통일 직전까지 동독에 공장과 기업소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통독은 여기에 현대화만 입히면 됐다. 전체 통일비용 중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제협력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엔(UN)과 미국의 북한 제재라는 외부 변수의 한계 속에서 남북이 최대한 경협을 대비하기 위해 특정 정권에 좌우되지 않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북한과의 남북 경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 제재로 인한 제약이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만큼 국내 차원의 준비가 필요한데, 성공적인 남북 경협 모델인 개성공단이 정권에 따라 중단되는 것은 명확한 한계다. 남북 합의가 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무용지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 비준을 통한 국내법상 합의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야 입장이 다르지만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합의하는 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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