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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부터 OTC까지…'큰손' 위해 판 키우는 블록체인시장
피델리티·바이낸스·체인파트너스 등 기관투자자 대상 서비스 제공
"기관투자자 40%, 5년내 암호화폐 시장 진입"…규제불확실성 '발목'
2019-05-12 06:00:00 2019-05-12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글로벌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이 기관투자자 등 '큰손' 유치를 위해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조 원을 굴리는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하며 우호적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만큼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사진/픽사베이
 
12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는 올해 상반기 안에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cryptocurrency trading platform)을 내놓을 예정이다. 트레이딩 플랫폼 서비스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일반 개인 투자자가 아닌 기관 투자자에 한해 제공된다.
 
작년 10월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Fidelity Digital Assets)'이라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한 피델리티는 지난 3월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Digital Asset Custody Service)도 출시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피델리티가 최근 미국 전역에 위치한 400여곳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2명인 22%는 이미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40%는 향후 5년 이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블록체인 기업과 거래소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는 셈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인 ICE 역시 이에 대한 준비에 돌입했다. ICE는 그룹 산하의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를 통해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 수탁회사(DACC)를 인수했으며 현재 수탁 서비스 라이선스 취득도 준비 중이다. 믿을 만한 플랫폼을 마련해 기관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장외거래(OTC·Over-the-Counter)도 활기를 띄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중개자를 통해 직접 거래함으로써 대규모의 거래를 한 번에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비밀 유지도 가능하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에게 장점으로 비춰지는 까닭이다. 그 규모도 상당하다.
 
 
 
표/체인파트너스
지난 1월 말 체인파트너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체 디지털 자산 거래의 약 25%가 장외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위 10개 거래소의 한 달 거래량은 약 1198억달러(130조원)였으며 장외 시장은 월 400억달러(약 44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통상 채권시장에서 장외거래의 비중이 70~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OTC 시장은 한달 동안 1200억달러를 거래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장외거래 서비스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서클(Circle)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코인체크, 게이트아이오 등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파트너스가 기관 투자자를 위한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융서비스 운영회사인 플루토(PLUTO)는 지난 3일 싱가포르 디지털 트레이딩 회사와 손잡고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OTC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코스콤은 일대일 장외거래가 가능한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 활성화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선물(Futures) 상품 출시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이더리움 선물 거래를 승인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CFTC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승인한 바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규제 불확실성의 문제를 걸림돌로 지목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나 법·제도적 규제장치가 없는 탓에 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첫 암호화폐펀드를 출시했던 지닉스 거래소의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해 거래소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월 OTC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체인파트너스 또한 합법적인 디지털자산 취급을 위해 한국이 아닌 몰타에서 라이센스를 받았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지닉스 사태와 기관 투자자 서비스는 결이 다르다"면서도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진행함에 있어 리스크로 자리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건전한 장내·장외시장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선 신원증명(KYC)과 자금세탁방지(AML)와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수탁서비스 회사 등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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