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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총장 귀국 하루 전…검찰, '폭풍전야'
'겸손·진지하라' 법무부장관 발언에 '해도해도 너무한다'
2019-05-03 19:21:49 2019-05-04 13:10:3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문무일 검찰총장의 조기 귀국을 하루 앞둔 검찰은 폭풍 전야다. 상급기관인 법무부는 3일 오후 검찰을 겨냥해 "검찰은 국민의 입장에서 구체적 현실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톤은 높지 않았지만 검찰 내부는 사실상 경고로 이해하는 검사들이 많다.
 
법무부는 출입기자들을 통해 공지한 '알림 글'에서 "국회에서 수사권조정법안 내용에 대하여 계속 논의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여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 특히, 국회에서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문제점이나 우려 사항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법무부는 그 논의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된 법률안(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나온 법무부의 발언은 의도와는 달리 검찰을 오히려 자극하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는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해 6월21일 행정안전부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수사권 조정 당사자인 검찰과 이렇다 할 논의를 하지 않았다. 올해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로 넘어갈 때도 문 총장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누가 겸손하지 않고 누가 진지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다수 검사들도 말을 삼갔지만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다. 
 
검찰 내부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당초 정부안 보다도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문무일호 검찰은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등 역대 검찰과는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 정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수용적인 자세였던 것은 '자치경찰제 병행'이라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패스트트랙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제외됐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다. 또 패스트트랙 안은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경찰 단계 증거능력으로 격하시켰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의견 표명에 대해 "경고가 아니라 당부"라고 강조했다. 또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라고 명시한 것에 대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안에는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라든지 이런 것이 없다. 후퇴된 안"이라며 "그래서 백 의원이 원래의 정부안과 가깝기 때문에 백 의원 안으로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메시지 내용은 박 장관이 직접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달라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도 합리적인 근거에서 안을 열심히 준비하자는 취지다. 하지말라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의사표현을)거칠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표현이다. 국민이 법무부와 검찰이 싸우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문 총장은 4일 오전 카자흐스탄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당초 연휴 기간 동안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총장은 연휴간 자택에서 머물면서 사태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조기 귀국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 왼쪽부터 대검찰청·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사진/최기철 기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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