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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가 긴급출동하다 불법주정차차량을 파손하면?”
‘시민 안전 우선’ vs ‘개인 재산권 침해’…서울시, 온라인 찬·반 투표 실시
2019-04-22 15:30:47 2019-04-22 15:30:5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긴급 소방활동에서 빚어지는 불법주정차의 파손에 대한 의견을 시민에게 묻는다. 서울시는 23일부터 내달 22일까지 ‘긴급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 차량을 부숴도 될까요’라는 주제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인 민주주의 서울에 시민 의견을 묻는다고 22일 밝혔다.
 
민주주의 서울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시민과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투표·토론하는 창구다. 그동안 시민 삶과 직결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 ‘보건소 난임주사 시행’, ‘따릉이 헬멧 착용’, ‘거주자우선주차구역 공유’ 등을 논의해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며 적극적인 화재 진압을 예고했다. 화재발생 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5분 안에 도착해 진압해야 효과적이나, 그간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화재 현장 도착 및 진압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에만 불법주정차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확대된 사례가 147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시, 출동한 소방차가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늘어선 20여대의 불법주차차량으로 인해 10분 이상 현장진입이 지연돼 사망 5명, 부상 125명의 큰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굴절사다리차의 진입이 늦어지고 인명구조가 지연돼 사망 29명, 부상 40명의 피해를 입혔다.
 
이미 해외에서는 화재 진압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판단해 강제집행하는 사례가 많다. 영국에서는 2004년부터 소방관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차주의 동의없이 차량을 옮기거나 파손할 수 있는 ‘화재와 구출서비스법’을 시행 중이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승용차 창문을 깨고 수관을 연결하거나 소방차 이동 시에 승용차 범퍼를 파손한 사례가 다수 있다.
 
국내에도 소방기본법 25조에 소방대장 등의 책임자가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긴급 출동 시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차량을 강제처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소방 활동을 위해 차량을 파손한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실제 토론에선 적극적 화재 진압을 지지하는 입장과, 시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반대하는 의견 대립이 예상된다. 찬성 측은 시민의 생명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차량을 파손해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다면, 인명·재산 피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반면, 반대 측은 차량 파손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에,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선다.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실효성있는 주차난 해소대책이 선행돼야 하며, 차량이 파손되면 생업에 어려움이 생기는 시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규리 서울시 민주주의서울 추진반장은 “안전은 시민 삶에 직결된 중요 이슈로 시민의 안전보장은 물론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동시에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시민 의견수렴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3일 서울 종로구에서 소방차 긴급 출동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 강제 처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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