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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왓칭’, 현실+공포+실제=관람 타격↑
‘누가’ ‘왜’, 두 가지 숨긴 채 폐쇄 공간 속 추격전 담아
각각 인물 목적과 이유, 관객들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2019-04-15 00:00:00 2019-04-15 00:21:3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왓칭은 두 가지 장점이 눈에 띈다. 하나는 이렇다. 이 영화의 현실감은 일종의 대전제다. 구체적인 설정까지 들어가면 분명 영화적 장치가 드러난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의 공간적 설정과 ‘CCTV’란 흐름의 조건은 영화 자체의 현실적 타격감을 살린다. 폐쇄된 공간 속 한정된 인물의 등장은 긴박함의 감도를 끌어 올리는 좋은 장치다. 열린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인물을 포진시켜 긴장감을 흩날리게 한다. 또한 사건 자체의 집중도 역시 희석시킨다. 이런 조건을 반대로 끌고 가면 왓칭의 설정으로 흘러간다. 여기에 지켜보는 대상의 실체를 숨겨버린 CCTV는 사건 배후를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리게 만드는 효과까지 만든다. 결과적으로 왓칭은 스릴러 장르 기본 핵심인 누구의 두 가지 해법을 스토리 마지막까지 숨긴 채 관객들을 끌고 간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경제성이다. 여기서 경제성은 구성 자체 요건일 수도 있고, 관람 집중도를 강조하는 경제성이 될 수도 있다. 공간적 배경이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한정돼 있다. 사건 자체도 이 공간 안에서 모두 벌어진다. 때문에 이 얘기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오롯이 이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시선과 흐름이 한 공간에 집중되니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 충격파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관객 시선이 이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CCTV를 대변하기도 한다. ‘왓칭은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될 수도 있고, CCTV를 통해 바라보는 누군가 시선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 기본 설정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직한 현실감에 바탕을 두고 있단 점이 의외로 섬뜩함을 전달한다.
 
 
 
왓칭은 도대체 누가’ ‘이 공간에서 이 여성을 가둬두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를 설명해 나간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혼녀인 영우(강예원)는 빼어난 업무 능력으로 인정 받는 직원이다. 하지만 업무적 욕심으로 인해 부하 직원 그리고 상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부하 직원의 나태함도 상사의 무리한 요구에도 화를 내지만 이내 수긍하며 상황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인 관계에 폐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평소와 달리 업무가 늦게까지 이어지고 야근을 하던 어느 날이다. 영우의 회사 경비원 준호(이학주)는 영우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며 관심을 드러낸다. 이미 예전부터 누나라고 부르며 관심 이상의 관심을 드러낸다. 너무도 적극적이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친절로 포장된 관심에 매몰찬 거절도 예의는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영우는 준호의 관심을 받아줘 왔다. 그리고 야근을 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던 그 날이다. 지하주차장 조명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한다. 정전이다. 의도된 것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영우는 대수롭지 않게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자신의 차 문을 잡는 순간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난 순간 그의 앞에는 준호가 있다.
 
영화 '왓칭'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기괴한 느낌의 붉은 드레스로 옷이 갈아 입혀진 영우다. 기절한 영우를 구해준 준호는 젖은 옷을 갈아 입혀 줬다며 자신의 호의를 과시한다. 이제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친절과 강요 그리고 강제의 감정을 혼돈하는 준호는 영우에게 식사를 권한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다. 영우의 집에는 딸이 혼자 있다.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영우는 괴롭다. 하지만 진짜 괴로운 건 눈앞에 준호다. 관심인지 강압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구분하기 힘들다. 이미 영우의 차량은 전기 충격으로 인해 고장이 난 상태다. 영우가 차문을 잡은 순간 기절한 이유다.
 
이때부터 분위기는 역전된다. 아니 예상대로 흘러간다. 준호는 관심의 감정에서 돌변하기 시작한다. 건물은 이미 준호에 의해 폐쇄된 상태다. 영우는 준호의 추격을 피해 지하 주차장 안에서 도망치고 준호는 그런 영우를 추격한다. 독 안에 든 쥐를 쫓는 고양이는 먹이를 두고 노는 상황이다. 반면 생존을 위해 도망치는 쥐는 필사적이다.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게 준호다. 도대체 준호는 영우에게 왜 그런 것일까.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사이코패스일까. 영화에서 준호는 늘 혼자이며 자신의 외로움을 토로한다. 영우의 모든 것을 밀봉해 보관하는 섬뜩한 취미까지 갖고 있다. 이쯤 되면 사이코패스의 계획 범죄로 봐도 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CCTV. 누군가 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보고 있다. 그런 것 같다. 도대체 누구일까. 정말 누가 있기는 할까. 만약 있다면 그(?) 혹은 그들(?)과 준호의 관계는 무엇일까. 영우와의 관계자는 무엇일까.
 
영화 '왓칭'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왓칭은 시종 일관 준호와 영우의 추격전을 통해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전달한다. 사실 이 긴장감과 긴박함은 오롯이 영우의 감정이다. 준호는 이 모든 것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따른다. 지하 주자창이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단 두 사람의 추격전은 별다른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왓칭에는 하나가 더 있다. 앞서 언급한 CCTV. 영화는 CCTV의 시선을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보고, CCTV와 교감하는 듯한 준호의 행동과 대사로 기묘한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누가’ ‘무엇을’ ‘’, 이 세 가지가 생략된 채 달리는 스토리의 동력은 끝까지 이 생략된 질문을 끌고 간다. 결국 관객들은 준호와 영우의 추격전에 집중하면서 그 의문점의 퍼즐을 추리해 나간다. 사실 그 생략된 세 가지 질문이 일종의 맥거핀’(영화적 트릭)일수도 있다. 반대로 상징적 메타포’(스토리 자체의 핵심 주제)일 수도 있다. 그 해답은 영화 말미에 등장한다.
 
주요 등장인물이 단 두 명에 한정될 정도로 왓칭은 캐릭터 스토리의 강력함을 전달한다. 강예원은 극한의 상황에서 수동적 여성 캐릭터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능동적인 감정의 주체를 끌어 올리는 설정으로 영우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극단적 상황에 빠져 버린 여성으로서 생존 본능을 끌어 올리는 수단으로 능동을 택한 그의 선택은 주효했다.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스토리의 동력을 보탠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현실감은 준호를 연기한 배우 이학주가 8할 이상을 담당했다. 감정이 결여된 이 배우의 대사 전달력은 일상성을 극대화시킨다. 감정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충분히 적정선을 유지하는 건조한 발성이 그것을 환기시킨다. 감정 또는 카리스마로 찍어 누르는 연기가 아닌 발성으로 캐릭터의 본성을 파고든 이학주의 해석력이 신의 한 수처럼 다가온다.
 
영화 '왓칭'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장르 영화로서 완성도와 흠결을 논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저예산 기획 영화로서 왓칭의 선택은 탁월하다란 지점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는다. 개봉은 오는 17.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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