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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릭 부테린 "비금융 분야, 소액 암호화폐 허용 등 프레임워크 필요"
이더리움 창시자, '블록체인과 미래경제' 주제로 좌담
"암호화폐 사기 아냐…보험·신원확인 등 산업 대체 가능"
2019-04-03 15:12:38 2019-04-03 15:12:3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이더리움(Ethereum)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Bitalik Buterin)은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업을 넘어 보험과 부동산 중개·신원확인 등 다양한 산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 은행 계좌가 없거나 기존 금융권을 사용할 수 없는 인구가 20억명에 달하는데다 보안과 확장성만 담보된다면 블록체인의 유스케이스(use case)도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비금융 분야의 경우 소액의 암호화폐 이용을 합법화 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짜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사진/백아란기자
 
3일 비탈릭 부테린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과 미래경제' 좌담회에 참석해 "블록체인은 이미 시작됐고 실질적인 가치가 구현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사기가 아니고, 블록체인은 산업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탈릭 부테린 창업자는 "초창기 블록체인 산업은 금융 분야 등에서 잠재력을 보였지만 이제는 신원확인이나 게임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실제 싱가포르에서는 대학 학위 검증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마트시티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탈중앙화된 정보를 수집하거나 관리하는 등 개방형 경제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기술적·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의 80%가 실패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블록체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신생 기업들이 실패를 경험한다"며 "일종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탈릭 창업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업계가 성장하게 되고, 이를 통해 경제모델이나 지속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며 "올해 론칭되는 ICO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품질이나 기술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록체인이 지금보다 더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는 △확장성 △프라이버시 △보안성을 꼽았다.
 
비탈릭 창업자는 "현재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초당 15~30건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많은 거래를 처리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며 "확장성 문제와 각각의 트랜잭션(transaction) 처리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보안성,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돼야만 블록체인이 더 보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TPS(초당 트랜잭션 처리량)는 평균 7TPS며 이더리움은 20TPS, 이오스는 3000TPS 수준이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편의성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지만 이는 불가피한 요소가 아니고 기술이 성숙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플라즈마(Plasma·확장성 해결을 위해 이더리움 체인의 내부에 하부 체인을 만들어 거래를 분산시키는 기술) 등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와 관련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등을 통해 보험 등 상대적으로 검증이 필요한 분야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며 "컴퓨터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보안이나 경제활동 등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율성 측면에서 블록체인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비탈릭의 생각이다.
 
비탈릭 창업자는 또 "전세계적으로 10억명이 절대빈곤에 처해있고 20억명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블록체인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손쉽게 자금을 이체시키고, 신원확인이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등 그동안 정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부분에 탈중앙화된 시스템 도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결제의 탈중앙화 등을 통해 편의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인프라가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 "만약 스마트폰을 도난 당했다고 한다면 계정을 열 수 있는 키 등 보안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관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개인정보를 콘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방식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검증하는 시스템도 마련되고 있다"며 "거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장애물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TO 문제에 대해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금융을 디지털화하고 문턱을 낮춘다"면서 "유가증권으로서 일반 ICO를 통한 토큰과는 큰 차이점이 있고 이에 따른 과제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ERC20을 기반으로 한 토큰이 유가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정부의 규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법적인 요구 충족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얘기다.
 
비탈릭 창업자는 "대만에서는 STO 프레임 워크를 6월 중 내놓겠다고 발표했다"며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STO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한국도 그 중 하나이길 바란다"고 거론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문제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 대해선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비탈릭 창업자는 "한국 정부의 경우 블록체인에 관심은 있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거래소 또한 투기나 해킹 등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시세조작이라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실명인증(KYC)이나 자금세탁방지법(AML) 준수 등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리스크도 줄이려고 한다"며 "거래소, ICO 등에 대한 정확한 보호 매커니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탈릭 창업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는 문제는 퍼블릭 블록체인 등 어떤 분야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면서도 "비금융분야에 대해선 소액의 암호화폐를 합법화하는 등 기능에 따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투자와 블록체인·암호화폐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ICO 감독과 관련한 프레임워크와 프라이버시 등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이상적인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좌담회는 '블록체인과 미래 경제'를 주제로 꾸려졌으며,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과 한국블록체인협회, 재단법인 여시재가 공동 주최했다. 좌담회에는 민병두 의원과 김민 아이콘재단 이사, 박훈 메타디움 대표,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등이 참여했으며, 행사에는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과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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