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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확산된 R의 공포…전문가들 “경기침체 아직 아냐”
시장, 금리인하 압박으로 해석…“과거대비 개선 카드도 많다”
2019-03-27 00:00:00 2019-03-27 00: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미국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나자 일명 'R(Recession)의 공포'라 불리는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개선의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국채 3개월물과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 격차는 2.7bp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5bp 이상 벌어지기도 했으나, 4bp대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1~2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55년 이후 단 한번을 제외하고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통상적으로는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를 해당 지표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가 더 믿을 만하다는 조사가 있었고, 3개월물의 금리가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2년물의 금리도 곧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익률 곡선을 그려보면 만기별로 우상향이 일반적인데 우하향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 정책금리 수준에서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고 당연히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이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우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경제둔화를 시사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예전보다 약화됐고,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의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우려가 확대됐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아직 경기침체라고 진단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아직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는 16.4bp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에는 장중 10bp 이내로 좁아졌으나 다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수급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채는 만기별로 수급에 차이가 있고, 발행량도 상이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금리 역전을 말하지만 수급적인 요인이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채권시장은 수급력이 매우 중요한데, 장기채권 보유 프리미엄 지급이 없어지면서 금리 곡선이 평평해지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해도 경기침체 도달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가 역전됐던 1988년, 2000년, 2006년 모두 약 2년 뒤에야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중앙은행이 빠르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역전의 위기에서 살아났던 1998년 사례를 살펴보면 금리 인하로 대응했었다”며 “금리인하가 3개월물 금리를 끌어내리고 10년물은 밀어올려 금리격차는 다시 플러스 영역으로 진입한 후 반등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현재 시장 상황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지금은 경기 상승국면의 후반이 맞지만 경기침체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시장이 침체에 배팅하는 것이 아니라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또 이전보다 경기개선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도 낙관론의 원인으로 꼽힌다. 1980년대 후반의 미국 저축대부조합 사태나 IT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비해 위험이 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실탄도 많다는 것이다.
 
최석원 센터장은 “과거의 금융위기 때는 금융기관이 위험했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번에는 재정정책을 경기부양 쪽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서 역전이 해소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닷컴버블은 주식이 너무 오른 상태에서 한번에 무너지면서 충격이 컸지만 이번에는 작년 4분기 기술주가 한차례 충격을 받으면서 버블이 소폭 꺼졌다”며 “이미 한번 맞고 갔다는 점에서 엄청난 경기침체와 주가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안든다”고 덧붙였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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