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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석도 모자라…진풍경 펼쳐진 '세기의 주총'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첫 주주총회에 1000명 넘게 몰려
2019-03-20 20:00:00 2019-03-20 2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이아경 기자] 50대 1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주총)가 혼란 속에 마무리됐다.
 
삼성전자 주총이 시작되는 2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입구에는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주주들의 행렬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총 시작 시간이 됐지만 약 1000명의 주주가 몰리면서 입장에 난항을 겪었다. 초미세먼지 농도 '매우나쁨(76㎍/㎥ 이상)으로 대기질이 좋지 못한 야외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미세먼지가 심한데도 주주들이 1시간씩 밖에 서 있었다”며 “주주가 많이 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렇게 밖에 준비하지 못 했나”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1000명이 왔다는데 계단은 막혀있고 엘리베이터는 3개밖에 운영이 안 됐다”면서 “내년에는 꼭 개선되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 내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김 부회장은 “교통편의성과 시설환경을 고려해 이 자리를 마련했지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여러분을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총이 끝난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50기 정기 주주총회 장소가 협소에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님들께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결과다. 액면분할로 2017년 말 15만8000여명이었던 주주의 수는 지난해 말 78만8000여명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예년보다 2배 늘린 800석의 좌석을 마련하며 만반의 준비를 거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총이 열리기 전 이미 추가로 마련된 좌석까지 가득 차 선 채로 주총 상황을 지켜보는 주주들이 상당수였다. 주주 입장은 주총 시작 한 시간 반이 지난 오전 10시30분쯤 마무리됐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주총은 특히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제50기 회의인 만큼 많은 주주들의 관심이 쏠렸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여서 독립성 논란이 있는 사외이사 재선임 결과에 외부의 주목도도 높았다. 
 
앞서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임을 들어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자료에 따르면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및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으로 분류된다. 현장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 주주는 “박 후보는 과거 정부의 인사로 사외이사 선임을 정경유착으로 볼 수도 있다”며 “삼성의 대외 이미지에 손상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임 안건은 예상대로 원안 처리됐다.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약 19%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지분율 8.95%)도 찬성표를 던졌다. 김 부회장은 “박 후보는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없고 교수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있어 겸직상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하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액면분할 당시 5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기준 4만4050원까지 떨어졌다. 한 주주는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입장에선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다”면서 “투자자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 하는지 아느냐”면서 “이사진들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성토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악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같은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삼성전기 주총장에서도 최근 '공매도'로 인해 발생한 주가 하락에 대해 불만이 쏟아졌다. 한 주주는 "지난해 9월 14만~15만원대였던 주가가 10만원 이하로까지 떨어졌다"며 "주주들이 마음이 상당히 안좋은데 미래 전략에 대해 낭만적인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대책을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이에 대해 "2015년에도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을 시도해봤지만 순간적인 효과만 보고 결국 다시 돌아갔다"며 "장기적으로 보고 내실을 다지며 회사를 단단하게 해나가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반석 위에 올려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매출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이익"이라며 "시장을 선도하고 고객이 우리에게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낭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방향이 되도록 체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삼성SDS 등의 삼성의 다른 전자계열사들도 같은날 각각 주총을 열었지만 큰 마찰없이 마무리 됐다. 각 계열사에서 진행된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들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왕해나·권안나·이아경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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