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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사랑한 철강인, 고 이운형 회장 6주기
2019-03-07 20:00:00 2019-03-07 21:22:4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이제 당신만 오페라를 알게 되면 모든 사람이 오페라를 사랑하게 되는 겁니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은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면 오페라 CD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겸손하고 온화한 경영 스타일로 ‘철강업계의 신사’라 불렸던 그는, 특별히 오페라를 사랑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은 경영자로 기억된다.
 
지난 2000년 국립극장 산하에서 국립오페라단이 독립할 당시 이 회장은 초대 이사장이란 중책을 맡아 직접적인 지원과 협조는 물론, 후원회를 조직하고 기업들의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내며 13년 동안 깊은 애정을 쏟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2013년 3월10일 해외 출장차 칠레로 향하던 경유지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하자 많은 이들이 고인을 기리며 안타까워했다. 오는 10일은 이 회장의 별세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생전 한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1996년 부산파이프에서 ‘세아’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지금까지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더해 선진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의 정신을 이어가는 이들을 후원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형편이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일이고 세아가 사랑 받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난 2011년 세아베스틸 신년음악회에서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모습. 사진/세아그룹
 
이 회장은 ‘정직하게 벌어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쓰라’는 창업주 해암의 정신을 이어 받아 다양한 문화예술단체 후원과 장학사업, 기부활동 등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조용히 앞장섰다. 이같은 활동은 세아그룹의 성장이 밑바탕이 됐다.
 
1974년 부산파이프(현 세아제강) 이사로 입사한 그는 1980년 사장으로 취임하며 40년 간 세아그룹을 이끌었다. 당시 유정용 API 강관 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강관업계 최초로 1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또 일찍이 지주회사(세아홀딩스)를 설립하고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탁월한 경영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사랑했던 이 회장의 뜻을 기려 지난 2013년 8월 출범했다.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다양한 공연을 개최하면서 국내 문화예술 활성화에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작품과 곡들을 엄선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오페라 버킷’이란 음악회를 매년 개최한다. 올해도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리골레토’를 무대에 올린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 관계자는 “고 이운형 회장의 생전 바람대로 오페라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한 취지에서 무대를 마련했다”며 “무대를 통해 오페라가 전하는 깊은 감동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오페라 내용처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대립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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