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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주주행동주의 확산 반갑지 않다
단기적 주주친화정책 부정적…지배구조개편 요구는 긍정적 요인
2019-03-07 00:00:00 2019-03-07 00: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이에 채권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 신용등급에도 해당 이슈들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현대홈쇼핑에게 배당확대 요구와 함께 이사회 구성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는 KCGI, 앨리엇 매니지먼트 외의 새로운 주주행동주의다.
 
앞서 KCGI, 엘리엇은 한진칼과 현대차그룹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도 주주권 행사에 동참해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3년 607건이었던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건수는 2018년 922건으로 급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91건으로 가장 많았고, 호주 78건, 캐나다 75건, 영국 47건, 일본 47건 등에서도 많은 캠페인이 벌어졌다. 국내에서는 작년 11건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주가 상승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채 약세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주주행동주의 사례에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일이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에게 이사회 구성 변경을 제안했고, 3개월의 공방 끝에 서드포인트가 추천한 3인을 이사회에 앉혔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위 결정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증시의 대장주 애플도 주주행동주의로 신용등급에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 애플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요구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이유로 무디스는 최상위 수준의 영업실적과 재무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신용등급을 Aaa가 아닌 Aa1로 내렸다. 향후 주주환원이 확대될 경우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애플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4년 9월말 15.2%에서 2018년 9월말 31.3%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채권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대체로 신용등급에 긍정적 요인이고 특정 세력으로의 권력집중 완화, 이사회 기능 강화는 회사채 투자자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세용 KB증권 연구원은 “현금 유출이 지나친 단기적인 주주친화적 정책이 관철되는 것은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수익성이 낮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구조나 전략에 관한 개편을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채권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유불리를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위원도 “주주행동주의가 단기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할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발전을 추구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철저한 이해상충 관리와 균형된 시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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