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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전한 대한민국과 우공이산
안종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2019-03-07 06:00:00 2019-03-07 06:00:00
안전은 곧 안심이다. 안전·안심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수다. 정책 당국자나 언론,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안전과 건강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진다. 대한민국이 지금 이 단계에 있다. 미세먼지 오염의 심각성이 우리보다 중국이 훨씬 더 심각한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사람보다 훨씬 더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게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심과 안전이라는 키워드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포용국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어야 한다. 마음 놓고 공기를 들이 마시지 못하고 식품을 먹으면서 식중독과 유해물질 걱정이 앞선다면 그 사회는 안심사회가 아니다. 시민의 안전은 곧 생명이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결코 바꿀 수 없는 천부인권이자 인권 가운데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교통사고, 산재, 자살을 정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로 인한 죽음이 선진국에 견줘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산재·자살 사망자수를 2017년 각각 4185, 964, 12263명에서 20222000, 505, 8027명으로 각각 크게 낮추겠다는 목표는 국민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애꿎은 죽음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행자를 먼저 생각하는 교통체계로 개편하고 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 교통약자 맞춤형 교통안전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용사회 국가 전략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우리 사회는 청년 김용균의 희생을 딛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지만 산재와 관련해 발주자의 책임을 부여하고 원청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긴급 처방을 내렸다. 물론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 이른바 '기업 살인법 제정'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해온 쪽에서 보면 측히 그렇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미세먼지는 남녀노소, 빈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만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미세먼지는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들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회적 위험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불안을 느낀다는 사람이 무려 83%나 된다.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반영해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오염 상황을 재난이라고 선언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나 질병 이환, 조기 사망은 건강한 사람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 다시 말해 호흡기질환자나 심장질환자, 노약자나 어린이, 임신부 등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포용국가를 지향한다면 이런 안전약자나 건강약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 수준보다 35% 더 줄이고 누적대수로 174만대의 오래된 경유차를 퇴출시키며 수소·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를 50만대 수준으로 보급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 세부 실행 전략을 짜고 있다.
 
미세먼지나 국민생명 지키기와 같은 현안들은 대다수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하루아침에 눈에 확 띄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안들이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까지 된 데는 오랜 역사와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정책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안들은 국가가 국민과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때론 고통도 감내하며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갈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심·안전 목표 달성과 정책 집행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의 집념과 정신이다.
 
안종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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