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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자전거 선수 위대하다”
실존 인물 연기-배우로서 캐릭터 해석…“부담감 컸던 작품”
촬영 당시 하루 6~8시간 자전거 타기…“정말 너무 힘들어”
2019-02-27 00:00:00 2019-02-2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할리우드에서도 주목을 받던 배우였다. 국내에선 무대를 평정했던 가수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보다 더 할리우드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국내 배우는 없었다. 배우뿐만이 아니다. 가요계에선 최고의 스타였다. 그의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가요팬들은 물론 관계자들의 눈길도 고정됐다. 그는 전천후 만능 엔터테이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연기와 노래를 병행했던 스타들은 있었다. 하지만 가수 비, 아니 배우 정지훈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또 성공한 스타는 없었다. 전무후무할 활동력과 존재감을 그는 남겨왔었다. 그리고 2017 1월 당대 최고의 여배우 김태희와 결혼을 했고 그해 10월 딸을 얻었다. 이제 그는 아빠 정지훈이 더 어울린다. 아빠 정지훈이 배우 정지훈을 증명하기 위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2012‘R2B: 리턴 투 베이스이후 7년 만이다. 그가 선택한 영화는 자전차왕 엄복동’. 어떤 영화이기에 정지훈이 선택하고 컴백을 결정 했을까.
 
배우 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영화 개봉 일주일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지훈을 만났다. 그는 최근 이 영화에서 대한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인터뷰 전날 열린 언론 시사회 이후의 혹평에도 대범했다. 사실 대범한 척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분명하지만 이제 배우인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관객의 선택과 판단만 남았다.
 
이게 촬영이 끝나고 거의 2년 만에 개봉을 하는 거에요. 저도 영화는 시사회에서 처음 봤어요. 제가 했던 연기 위주로만 봐서 경황도 없었고.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 분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은 사실 보이지도 않았어요. 제 연기 보느라 바빠서(웃음). 촬영 당시에는 정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했었죠. 제가 엄복동 선생님을 표현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잘 잡고 갔는지. 저는 최선을 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그는 연기 데뷔 이후 실존 인물은 처음 연기한다. 더욱이 시대극이다. 일제 강점기 엄청난 인기와 최고의 기량을 펼치던 스포츠 스타 엄복동선생을 연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막막하고 막연했단다. 우선 자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막연하게 상상에서부터 출발을 했다. ‘내가 엄복동이라면이란 질문에서 하나하나 쌓아가기 시작했다고.
 
배우 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100년 전 실존했던 선생님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사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가 막막했죠. 그 시절에 엄복동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판단을 하고 또 어떻게 말을 하셨을까.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웃음). 그저 열정이 많은 분, 제가 춤을 좋아해서 춤에 빠진 것처럼 자전차를 좋아하셔서 자전차를 열심히 타시고 1등을 하면서 당시 조선인들의 애환을 풀어주시던 스포츠 스타. 지금으로 치면 김연아 박지성 선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출발한 것 같아요.”
 
2003년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할리우드 영화까지 촬영했으니 연기 경력만 무려 17년 차다. 전문 연기자로 시작을 한 게 아닌 가수로서 시작을 한 엔터테이너로선 결코 짧지 않은 경력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본 정지훈이기에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그것을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은 나름의 노하우로 간직하고 있는 그다. 하지만 그런 노하우 속에서도 결코 해결되지 못하는 지점도 있었다.
 
“(웃음) 진짜 가끔씩 연기를 할 때는 제 이 체격이 정말 단점이 될 수 있단 걸 느껴요. 무대에선 그래도 이 체격이 꽤 멋지게 나올 수 있는 요소가 되요. 하지만 연기는 다르죠. 실제 엄복동 선생님은 키가 165cm 정도셨어요. 저랑은 20cm가 차이 나세요. 이 키 차이는 물리적으로 어떻게 안되잖아요. 하하하. 결국 다른 점에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죠. 표정과 제스쳐. 그리고 자전차 선수 특유의 허벅지를 만드는 거였어요.”
 
배우 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자전차 선수 특유의 허벅지를 위해서 정지훈은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아니 피가 날 정도로 자전차를 탔단다. 그는 자전차란 말에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농담이 아님을 전제로 하며 돈을 상상 이상으로 준다고 해도 이 영화의 속편은 절대 못찍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자전차를 타는 데 정말 죽다 살아 났다며 고개를 다시 한 번 격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할리우드에서 닌자 어쌔신찍을 때도 몸 만드느라 죽을 맛이었는데. 차라리 닌자 어쌔신속편을 촬영하면 했지 이건 못해요. 하하하. 아니 이젠 두 바퀴 달린 건 죽어도 안 탈 거에요. 생각을 해보세요. 자전차 경주 장면을 찍을 때 6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자전차를 탔어요. 그걸 며칠을 계속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와 진짜 사람이 할 게 못되요. 하하하. 정말 사이클 선수들 존경스러워요.”
 
다소 예민하고 민감한 질문에도 정지훈은 거침이 없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로서 자신의 주연작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도 그는 나름의 이유와 설명을 더하면서 설득력을 부여했다. 그 설득력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본인 역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단 이유를 공개했다. 그 이유를 전해 들으니 이 영화의 옥의 티가 아닌 그것을 알아 보지 못한 점이 미안해 질 정도였다.
 
배우 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어떤 점을 지적하시는지도 알고 또 그 지점에서 기자 분들의 지적이 나올 것이란 점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사실이에요. 우선 대사 톤이나 어색한 문어체의 대사. 그 시절에는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말투도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잖아요. 만약에 그 시절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의 말을 들으면 되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다소 어색한 그 대사가 이해가 됐죠. 그리고 영화 마지막 국뽕이라고 지적하시는 장면. 그거 역사에 고스란히 적혀 있는 진짜 팩트에요. 놀랍죠(웃음)”
 
정지훈의 7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시대극인 자전차왕 엄복동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정지훈은 정면 돌파에 가까운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연기 철학이라기 보단 앞으로 자신이 추구할 아티스트로서의 방향성에 가까웠다. 멋진 연기 멋진 캐릭터만 찾아서 할 수도 없고, 이젠 그럴 시기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배우 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사실 전 데뷔 이후 지금까지 그냥 똑같아요. 매번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아트 영화도 좋고 단편 영화도 좋아요. 학생 작품의 단편도 기회만 되면 할거에요. 제가 제작비도 지원하고. 정말로 그럴거에요. 좋은 작품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거리낌 없이 저한테 주세요(웃음). 학생들과 작업하거나 마음 맞는 분들과 작업한 작품을 유튜브 같은 채널에 올려서 공개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단편 영화도 막연하지만 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다채널 시대잖아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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