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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적합업종 실효성 한계"…자전거 소매업·플라스틱 봉투,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안한다
"법망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사업 확대" 지적…신청단체들은 강제조항 '기대'
2019-02-25 17:22:29 2019-02-25 17:22:29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이달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만료를 앞둔 7개 업종 가운데 자전거 소매업과 플라스틱 봉투를 제외한 5개 업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이미 신청했거나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정부분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소상공인 보호 한계 등의 제도 보완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25일 업계 관계자 등을 종합하면 한국자전거판매협동조합과 한국포장협회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중고자동차판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은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했고 △제과점업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등 나머지 업종은 이달 내 접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단체들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자전거판매협동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으로 대기업의 점포 확장과 신규 진입을 자제하도록 했지만 우리가 항소할 수 없는 방법을 동원해 확장을 시도했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을 신청하기로 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관계자 역시 "대기업들이 장사가 잘되는 쪽은 확장하고 안되는 쪽은 없애는 식으로 계속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기 적합업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행강제금 등 처벌조항이 있는 만큼 좀 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잡한 신청 절차로 인한 어려움과 제도에 대한 설명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다른 관계자는 "소상공인 확인서 발급 등 소상공인 입장에서 절차가 까다롭다"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로 자동으로 적합업종 지정이 연장되는 줄 알았지만 수개월에 걸쳐 동반성장위원회와 중기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업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출 등을 제한하도록 한 제도로, 작년 12월 시행됐다. 법 시행 전 만료된 업종은 1년 간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이 가능하고, 법 시행 이후 만료된 품목의 경우 만료 1년 전부터 만료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자전거 소매업을 비롯해 이달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7개 업종은 지정 만료 이후에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이 불가능하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 간 대·중견기업들은 해당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의 시정 명령을 어기면 해당 기간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차용한 데 따른 한계도 우려로 지적되고 있다. 이달 말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 7개에 해당하는 단체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 소속으로, 중앙회가 해당 사업을 여전히 관할하고 있다. 소상공인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제정을 위해 앞장섰음에도 중소기업 보호제도로 전락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 만료 업종을 대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 설계가 잘못된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의 연장선상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이 운영되다보니 중기 적합업종 신청 단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기 적합업종 기간 만료 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까지 공백기간 동안 대기업의 시장 진출 우려도 제기된다. 적합업종이 신청되면 6개월 간 동반위의 업종 분석을 거쳐 심의위원회에서 3개월 간 심의를 진행하게 돼 있다. 기간이 연장되면 최대 15개월의 공백이 발생한다. 동반위가 중기 적합업종 지정시 사업철수를 결정한 적이 없었던 만큼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적합업종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이 해당 기간 동안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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