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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바하’ 이정재가 밝힌 자신만의 영업 비밀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 못했던 장르…그게 매력이었다”
“기독교 믿고 있지만 올바른 종교에 대한 믿음 되돌아 봤다”
2019-02-25 00:00:00 2019-02-2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불혹을 훌쩍 넘었지만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젊음의 표상이었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 동안 장르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끌고 와 자신에게 맞는 옷으로 스스로 재단을 해 입어왔다. 사실 그를 아이콘으로 불러 마땅한 시기는 40대가 넘어서면서부터다. 중후함과 멋스러움 그리고 묵직함까지 갖춘 이 배우의 존재감은 작품 자체의 완벽함에 언제나 방점을 찍는 최고의 한 방이었다. 영화 관상’ ‘암살’ ‘신과 함께등에서 이걸 증명했다. 그가 증명한 것이 아니라 작품이 그것을 증명했다. 배우 이정재는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멋과 힘을 스스로 체득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그가 또 증명을 시켜줘야 할 새로운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컬트란 국내 영화계에선 생소한 장르를 안착시킨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 이정재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사바하가 필요로 하는 그 무게 중심을 완벽하게 짚어낸다.
 
배우 이정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바하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종로에서 이정재와 만났다. 이정재와 사바하의 교집합은 사실 언뜻 떠오를 지점이 없었다. 카리스마와 중후함을 내세울 만한 지점이라면 이정재만한 적확한 배우는 없다. 반면 사바하속 이정재가 연기한 박웅재 목사는 카리스마와 멋스러움 그리고 묵직함에선 조금 벗어난 인물이다. 그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흥미도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 장르적인 특색에 더욱 호기심을 내비쳤다.
 
데뷔한지 26년 됐죠. 수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내가 해보지 않은 작품이 뭘까. 사바하같은 장르였어요. 오컬트라고 하기보단 미스터리 스릴러 분위기가 강한 범죄 장르라고 봐야 할 듯 싶어요.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도 정말 재미있게 봤었고. ‘사바하시나리오를 받고 또 오컬트인가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단 한 번도 안 해본 장르의 얘기였어요. 거부할 이유를 못 찾은 거죠.”
 
우선 이정재는 이 장르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자신이 연기할 인물을 만들어야 했다. 기독교에 귀의했지만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박웅재 목사. 기본적으로 목사님들은 세속적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또한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이게 일반적인 개념이었다. 물론 영화 속 박 목사는 완전히 이런 개념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건 이정재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추가한 몇 가지 의도였다.
 
배우 이정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우선 영화에서 제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죠. 하하하. 사실 시나리오엔 담배 피우는 게 없어요. 글쎄 뭐랄까. 신에 대한 반항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죠. 그걸 외형적으로 표현해야 하자면 담배 정도가 적당할 듯싶었어요. 실제로 영화 속 박목사와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으시데요. 실제로 만나 뵙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추천하지 않으셨죠. 감독님 본인이 충분히 들으셨고 그걸 한 번 필터링 해 저한테 전달한 걸로 충분하다고 느끼신 거죠. 소소한 설정은 감독님도 동의를 하신 부분이에요.”
 
이정재는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불편한 지점이 많다. 또한 타 종교인 불교적 색채도 강하다. 보수적인 종교적 시각에선 분명히 불편하고 부담감을 느낄 지점들이 상당히 많았다. 기독교에 대한 절실한 종교적 관점을 지닌 것이 아니라면 이정재는 배우란 직업적 관점에서도 사바하가 쉽게 다가오진 않았을 듯싶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있었다.
 
불편하다면 감독님이 더 그러셨겠죠. 하하하. 모태신앙인이신데(웃음).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종교로 갖고 있지만 이걸 그렇게 보진 않았어요. 그저 종교가 나오는 범죄 영화 정도랄까. 아마 보기에 따라선 그런 불편함도 있을 듯싶어요.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 그런데 2~3번 정도 읽으면서 종교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을 벌하는 얘기라고 규정이 됐죠. 그러니 약간의 거부감도 사라졌어요.”
 
배우 이정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종교를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을 벌하는 얘기로 규정하고 나자 박 목사에 대한 설정도 더욱 구체화 됐다. 일반적으로 이정재가 연기한 박 목사라면 무언가 사건을 해결하고 단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박 목사는 그저 모든 것을 관찰하고 바라보고 설명하는 부분만 담당한다. 언론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공개된 내용이지만 이 역할은 연출자 장재현 감독의 내면이 많이 투영된 캐릭터다.
 
그 지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주인공이 이정재가 아닌 박정민이었구나 싶은 생각도 드실 거에요(웃음). 박 목사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의문을 찾아가는 것이고 박정민이 연기한 나한은 자기 믿음에 대한 깨달음을 찾아가는 거잖아요. 참 묘했죠. 이렇게 풀어갈 수도 있구나. 박 목사는 감독님을 많이 모델로 삼았어요. 하하하. 촬영 전에 감독님이 설명을 하면서 연기를 하세요. 그걸 실제로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연구했을 정도에요. 하하하. 영화 속 박 목사의 유머 코드도 실제 감독님의 코드에요(웃음)”
 
그는 개인적으로 친형의 장애와 어린 시절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종교에 기댔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했다. 시작은 그랬지만 지금도 종교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은 당연히 없다. 반면 사바하를 촬영한 뒤 종교적 관점의 영향이 미친 것도 없진 않을 듯싶었다. 물론 영화 한 편으로 개인적 신앙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선입견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배우 이정재.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이 영화 한 편으로 제 개인적인 종교관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죠. 뭐 어릴 때는 원망 아닌 원도 있었고. 난 왜 이렇게 힘든가. 그런 생각도 당연히 했죠.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그냥 사는 거지 뭐. 하하하. 뭐 이 정도죠. 글쎄요. 종교를 가진 분들이 다 비슷할 듯 싶어요. 저도 날 되돌아 보고 개인적으로 반성할 것은 반성하게 됐죠. 더 잘 믿고 올바르고 건전한 믿음을 갖고 살아야겠단 정도의 생각은 커졌어요.”
 
그는 사바하가 장르적으로 자신에게 생소한 지점이 많았기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 이후의 차기작도 그런 맥락을 따라갈지 궁금했다. 이정재란 이름 석자의 무게라면 그의 시선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도 관객들과 충무로 관계자들의 관심일 것이다. 이정재는 영업 비밀이라고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힌트를 던졌다. 궁금함으로 포장을 해야 자신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도 예의란 말을 덧붙였다.
 
배우 이정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가 그렇게 대단한 배우도 아니고(웃음). 굳이 밝히자면 영업 비밀인데 하하하. 전 제가 안 해 본 장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영화 속 직업도 많이 봐요. 남자 배우가 변화를 주는 포인트가 사실 별로 많지 않아요. 그래서 직업이라도 좀 바꿔보자 싶은데. 그게 직업이더라고요. ‘사바하도 안 해 본 장르인데 목사란 직업에 끌렸죠. 제가 언제까지 몸 쓰는 액션이나 상남자 같은 역할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이젠 저도 몸이 제 마음대로 안 따라줘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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