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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상장폐지 주의보)결산 다가오며 상폐 후보 무더기 발생…퇴출 공포 고조
실적악화 후 CB발행 등 자금조달 빈번…최대주주·대표이사 변경도 잦아
2019-02-19 00:00:00 2019-02-19 00: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상장사의 결산시즌이 돌아오면서 상장폐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결산 결과에 따라 장기 실적 부진이 확인되거나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등 퇴출 사유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유가 발생하는 것은 갑작스러울 수 있지만 상장폐지를 향하고 있다는 여러 가지 신호는 수년 전부터 드러난다는 점에서 기업 정보를 유심히 봐야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 폐지된 139개 종목 중 40%에 가까운 55개사가 결산 관련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지난해는 이전 상장과 합병, 스팩을 제외하면 15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는데 이 가운데 13개가 결산과 관계됐다.
 
결산 관련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의견 비적정, 자본잠식, 사업보고서 미제출, 대규모 손실 등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감사 의견 비적정이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의 의견을 내는데, 상장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을 받아야 한다. 적정 외의 의견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회계 장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내지 '적정성 여부도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코스닥 상장사가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즉시 상장 폐지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년 연속일 경우 퇴출된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포함한 상장폐지 사유를 발생 시점 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장폐지 기업이 보여주는 몇 가지 특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시장에서 퇴출 된 15개 기업(이전 상장, 합병, 스팩 제외)이 공시한 내용을 봤을 때 드러난 첫 번째 위험신호는 실적 부진이다.
 
대부분 기업이 상장폐지 사유 발생 3~4년 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적자 등 실적이 악화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8월 상장 폐지된 에임하이는 2014 회계연도 매출액이 전년보다 47%가량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했다고 2015년 2월 공시했다. 다음 해에는 매출이 26% 더 줄었고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순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경영활동이 아닌 단기투자자산에서 이익이 난 영향이었다. 상장폐지될 때까지 실적 부진은 이어졌다.
 
실적 악화는 빈번한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주는 채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이자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경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상증자는 은행 등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자금 조달 일정이 자주 변경되거나 계획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이다. 씨그널엔터는 2014년 2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힌 뒤 그해 8월 35억원 규모의 첫 CB 발행을 결정한 뒤 지난해 1월까지 40여개월간 총 32회 발행 공시를 했다. 그중 마지막 두 번은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불발됐다. 유상증자도 수차례 이뤄졌는데 2017년에는 투자자가 청약의사를 철회하면서 계획을 접은 사례도 있었다.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변동이 잦다는 것도 상장폐지 기업이 보인 특징 중 하나다. 완리와 트레이스, 우성아이비를 제외하고 모두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7개 기업은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2회 이상 바뀌었다.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으로 변동되기도 했지만 전환청구권 행사나 유상증자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변경된 사례도 적지 않다. 에임하이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최대주주가 다섯 번 변동됐다. 처음에는 김현두 외 2인이 김충환 외 1인으로 지분을 매각했고 곧이어 스튜어트마어앤컴퍼니가 신주인수권행사로 김충환 외 1인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후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왕설이 최대주주가 됐다가 반대매매로 자리를 내놨고 다시 한번 유상증자로 왕설의 특별관계자(공동보유자)인 홍콩페임채임피언 트레이딩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런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이사 변경도 자주 일어났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이 가까워진 시점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회계사는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변경이 잦다는 것은 기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상장폐지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중요한 공시 정보가 사내에서도 공유되지 않거나 제대로 챙기기 어려울 만큼 경영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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