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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삶의 마지막' 인간답게 정리할 권리
2019-02-14 20:00:00 2019-02-14 20: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이른바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이로 인한 보이지 않는 갈등이 현재진행중이다. 삶을 더 지속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에 대한 주변의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희망하는 마음에서겠지만 정작 더이상 치료 의미가 없을 만큼 질병이 진행한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임종을 앞둔 환자가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고통을 줄여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작년 2월4일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연명치료 중단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삶을 마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악 상태에 이르러서야 연명의료를 중단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숨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로 인한 고통을 겪다 마감하는 셈이다.

지난 1년간 연명의료를 중단한 전체 이행 건 중 가족 결정에 따른 경우가 67.7%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인 32.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가족 결정이 높다는 의미는 본인의 의사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 환경에서 가족 2인 이상 또는 가족 모두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케이스로 보면 된다. 가족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근거는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으나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및 환자가의사능력이 없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을 때에 한해서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 중단을 하고 싶어도 가족 등의 반대로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더이상 치료 효과가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진정한 의미의 존엄사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과정에 있거나 암 등의 질병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 등에만 적용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주어진 수개월 동안 효과가 없는 치료 과정의 고통보다는 편안하게 생을 정리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질병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사회가 인정해주고 그 결정을 이해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길 기대한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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