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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총 규모 10억 넘는 외환거래, 건별 10억 미만이면 처벌 못해"
2019-02-10 09:00:00 2019-02-10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 있는 금융기관과 예금거래하면서 건별 거래 금액이 10억원을 넘지 않았다면, 거래 총액이 이를 넘었더라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유가증권 위조·사문서 위조·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정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미신고 자본거래 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본다는 규정을 일정 기간 이뤄진 미신고 자본거래의 총액이 10억원을 초과할 때로 해석할 경우, 신고의무 면제 대상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 불과하던 자본거래가 누적돼 총액이 10억원을 초과하게 됐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소급해 신고 대상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그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결과가 된다고 해도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없다"며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있다면 과거의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신고의무를 부과하게 되고, 이는 위 조항의 문언에 반하거나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확장 또는 유추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역업을 하는 정씨는 지난 2016년 11월 필리핀에 있는 금융기관과 예금거래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8월까지 31회에 걸쳐 총 455만5785달러(약 51억2480만원)를 예금했다. 검찰은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정씨를 기소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사기, 유가증권위조·행사 등 총 6개 혐의를 아울러 받았다. 
 
1심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포함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개별 예금거래가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보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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