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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범, 궐석기소 가능할까
"국외 수감 중이면 궐석기소 가능"vs"피해자 말만으로 기소, 인권침해"
2019-02-07 06:00:00 2019-02-07 0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방송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피의자 송환이 지연되자 피해자 유족들이 궐석기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크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살해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현지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모씨에 대한 송환을 필리핀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크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인 김모씨는 사고 직후 국내로 송환돼 이미 징역형이 확정됐다.
 
피해자 유족들은 박씨가 국내에 없지만 먼저 불구속상태로 기소를 하는 궐석기소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유족 측을 돕고 있는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국장은 “사건 당시 필리핀 현지 경찰과 코리안데스크팀이 공조를 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고소가 이뤄진 것은 없다”며 “곧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해 궐석기소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패터슨의 경우에도 검찰은 2011년 궐석 상태로 기소했다.  
 
피해자 측은 “범죄인 인도요청이 수일째 지연되고 있어 이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국내에서 박씨를 궐석 상태에서 불구속기소해 한국으로의 송환을 앞당겨야 한다”며 “공범 김씨의 진술과 박씨와 나눈 문자메시지 내역 등으로 유죄를 확신할 만한 정황이 박씨가 피의자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징역 30년형이 확정된 김씨의 판결문을 통해 박씨와의 공모관계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어 박씨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강도살인 등의 죄책을 충분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피의자가 수감돼 있거나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구속기소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그러나 사실상 불구속기소를 잘하고 있지는 않아 기소중지나 인터폴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피해자가 탄원서를 내는 것도 방법인데 종국적인 해결방법은 국내로의 송환”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검사도 “공범이 이미 확정판결을 받았고 당시 공범에 대한 조사를 통해 물증이 확보됐다면 궐석 기소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형사재판을 궐석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워 결국 송환 전까지 재판은 지연될 것”이라고 답했다. 
 
궐석기소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검사는 “공범 진술이 있다고 해도 피의자에게 무조건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 조사가 우선이다”며 “기소 자체가 80% 정도 유죄를 입증할 때 가능한 것이라, 피해자 말만 들어 기소하게 되면 피의자에 대한 또 다른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가 필리핀에서 지난해 11월 검거되던 당시 사진. 사진/한국피해자지원협회 제공.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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