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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 영광 뒤로하고…기업들, 보릿고개 넘기 총력
작년 4분기 '어닝쇼크' 줄이어…"활력 회복 동력 부재가 난제"
2019-01-28 06:00:00 2019-01-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기 하방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가 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기쁨도 잠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반등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활력 회복의 동력이 크지 않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이 알아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첫 날 연사로 나선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의 활로가 어디 있는가'란 질문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게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기업인들이 각자도생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이어진 행사에서는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난세에 강자와 약자가 결정난다"며 "위험한 세상이 오니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기업들의 각자도생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극도의 위기의식에서 혁신이 나온다"며 "근본적 가치가 있는 회사는 환경적 변화 등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재계의 걱정도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경기 사이클의 하강이라고 보기에는 체감하는 어려움의 크기가 크다"며 "주력 업종 중에서 어느 것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경기까지 동반 악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정부가 제때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적지 않았다. 새해 들어 정부가 경제계와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다. 
 
개별 기업들은 이미 각자도생을 위해 전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전자업계는 7년 만의 적자가 우려되는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수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년여간 이어진 반도체 슈퍼 호황 덕분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전년도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한 해 만에 다시 썼다.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고지도 넘어섰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전략에 힘입어 전년보다 10%가량 개선된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영광은 여기까지다.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온 까닭이다. 실제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있지만 이들 기업의 4분기 실적은 모두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1.6% 급감한 6조4724억원으로, 삼성전자는 38.53% 줄어든 10조8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예상보다 큰 타격에 삼성전자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던 60조원의 난관을 넘지 못했다. LG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 753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마찬가지로 연간 영업이익 3조원 시대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경기 찬바람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분기는 물론 상반기까지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고 기록을 써냈던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도 보수적으로 제시됐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42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8%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조8000억원대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이 조심스럽게 점쳐지지만 분기별로 이익과 손실 구간을 오갈 것으로 관측됐다. 
 
상저하고 기조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반등의 조짐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지만 이 역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 성장 보루였던 반도체 업계에서는 투자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장비 투자를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일 계획이다. "설비투자 감소에 대한 보완투자나 공정전환 속도 조절로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삼성전자도 "투자 중단은 없겠지만 시기 조정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박성욱 SK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은 지난 21일 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분기까지 지켜봐야 하반기 상황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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