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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완근 태양광산업협회장 "재생에너지 잘 아는 전문가 공무원 필요"
"태양광, 전체 에너지 믹스 차지하는 비중 10% 이하… 여야 정쟁의 희생양"
"정부·공공기관 발주, 국내산 선호하도록 제도 마련해야"
2019-01-21 07:00:00 2019-01-21 08:24:49
[뉴스토마토 양지윤·조승희 기자] '혁신적 성장, 에너지 선도기업.'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에서 차로 5분여를 달려 도착한 신성이엔지 본사. 회사 본관 입구 간판에는 재생에너지의 상징색인 녹색 바탕에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건물 층수를 따라 시선을 위로 향하자 검푸르스름한 날개들이 층층마다 붙어 있다. 신성이엔지가 직접 생산한 태양광 모듈이다. 시선을 내려 다시 입구 오른쪽을 향하자 전기차 충전시설이 보인다. 전기차로 출퇴근 하는 신성이엔지 직원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이 이끄는 신성이엔지는 2007년부터 태양전지·모듈 사업을 시작한 국내 1세대 태양광 기업이다. 지난 2015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탈원전'과 태양광이 한데 섞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원자력의 대체 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LNG)"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거두고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확대 정책 고무적…정책 집행 능력은 의문" 
 
"태양광·풍력 전문가를 정책당국과 일선 공공기관에 포진시켜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3020'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고무적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실무자들이 없습니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정책을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지던 태양광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에서 '미운오리' 취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뒤부터 일각에서 '환경파괴범, 빚잔치' 등 극단적인 수식어를 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일까.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의 반발 여론을 살피며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인허가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혹여 있을 민원이나 감사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을 주기적으로 순환시키는 시스템이다보니 민원을 피하는 방향으로만 대처하고 있다"며 "정책 기조의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고 계획한 에너지 로드맵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일선 공무원은 물론 정책당국에도 전문가를 영입해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이행과정의 디테일을 고민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태양광발전소 구축 계획을 내놓은 한 공공기관장이 값싼 중국산으로 정부에 제출한 목표치를 채우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면서 "적어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수장이라면 국산 제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목표를 의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행 과정의 '디테일' 괴리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확대가 '탈원전'정책으로 대변되고 있는 상황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로 올리더라도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10%, 9%에 그쳐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며 "태양광이 마치 원자력발전을 대체하는 것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석탄발전소를 얼마나 줄이고,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뜯어보고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를 뒷전에 두고 태양광만 집중적으로 난타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며 "바둑으로 치면 잘못된 수를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공공기관부터 국산 제품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그러면서 그는 태양광이 여야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유럽 국가 중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조차 태양광발전소 확대에 나설 정도"라며 "재생에너지의 일정 비율을 기존 에너지원과 믹스하는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정치권이 태양광을 초토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완근 한국태양광협회 회장이 경기도 분당구 신성이엔지 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신성이엔지
 
글로벌 시장에 이어 최근 국내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태양광 수요가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1위 모듈 생산기업인 진코솔라를 비롯해 5위권인 캐나디안솔라 등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신성이엔지를 포함해 한화큐셀, OCI, LG전자, 현대중공업 등은 그동안 내수 기반없이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로 혹독한 구조조정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터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2020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2차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진출은 내수경쟁 심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일본의 사례를 주목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정부와 공기업이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발주에 나설 때 자국산 제품이 보조금 지원에서 유리하게 제도를 만들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점에 착안해 공공기관이나 산하 기업들이 국산을 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쓰비시 등 주요 대기업들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가급적 자국산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정책 목표와 이행과정 간극 줄여가는 방안 모색 필요"
 
또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기여도가 큰데도, 그동안 정책적인 지원은 미미했다"며 "내수시장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일이 없도록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한국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신성이엔지 본사 건물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신성이엔지
 
정부가 시행중인 태양광 산업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긍정적인 측면은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최근 태양광협회가 실시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거주지에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비중을 늘려야 하는 에너지로 태양광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태양광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만큼 앞서 말한 정책 목표와 이행과정의 간극을 줄여가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과 태양광산업의 성장세가 비대칭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이 회장은 "국내외 태양광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국내 제조분야의 매출과 수출, 고용은 국내 태양광산업의 성장세가 피크에 달했던 지난 2010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확대, 사업모델 개발과 사업구조 확대, 금융지원과 활용 등 다각적인 지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지윤·조승희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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