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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되지 않는 아시아나 정비결함)항공기 운항횟수 대한항공 1.3배…빡빡한 스케줄에 정비사들 불만 고조
베테랑·주니어 정비사, 안전 입각한 정비 요구
2019-01-14 07:00:00 2019-01-14 16:03:14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비행기 1대당 한해 7건의 결함과 지연'. '12%에 육박하는 지연율'. '연식이 20년 넘은 항공기가 4대당 1대꼴'.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상이다. 항공사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한 목표와 가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안전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13일 취재팀이 만난 복수의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은 "회사는 쥐어짜기식 운항과 이익내기에만 급급하다"며 "정비는 등한시되고 안전은 뒷전에 밀렸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나항공 운항횟수 대한항공의 1.3배…절차 무시 "빨리해라" 독촉
 
아시아나항공에서 정비 관련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최근 이직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항공정비사로서 항공안전 전문가가 되고 싶었으나 회사 경영방침은 안전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도입한 비행기는 대한항공이나 세계 다른 항공사에서 다 쓰지만 유독 이 회사에서만 결함이 잦다"고 밝혔다.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 정비 결함이 발생해 5분 이상 이륙이 지연된 건수는 653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에서 15대를 보유한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의 A330-323은 지연 출발한 일이 194번이나 됐다. 다른 주력 기종인 A321-231은 132차례 문제가 생겼다. 지난 7일 연료계통 결함으로 15시간 동안 말썽을 일으킨 보잉 747-400 PAX는 2대를 보유했는데, 모두 41번 결함을 낸 바 있다.
 
A씨는 "아시아나항공은 적은 수의 항공기로 많은 노선을 자주 운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비행기가 제때 제대로 정비받지 못한 채 급히 이륙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3분기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운항(국내선+국제선) 횟수는 총 3만3834건이었다. 이 회사의 항공기 수(83대)를 고려하면 1대당 407.6번꼴로 비행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총 5만1845번을 운항했으나 보유한 비행기(176대)로 따지면 1대당 294.5번을 비행했다. 단순 계산해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비행기 수가 절반이지만 1대당 운항 횟수는 1.3배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여객기의 월평균 가동시간은 375시간으로, 대한항공(340시간)보다 35시간 더 많다.
 
사진/뉴스토마토
 
빡빡한 비행 일정을 맞추자니 항공기 정비도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항공기가 운항하려면 이륙 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등 정비를 완료한 후 정비계통에서 'OK' 사인이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는 B씨는 "정비계통에서 꼼꼼히 비행기를 살피기도 전에 회사에서는 빨리 '이상 없다'고 사인하라고 재촉한다"면서 "오죽하면 정비 매뉴얼도 제대로 못 보고 쫓기는 전화를 받으면서 급하게 정비하는 게 관행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항공기 정비와 안전에 대한 회사의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며 "부품이 충분하지 못하니 저 비행기 부품을 이 비행기에 가져다 붙이는 부품 돌려막기나,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은 일단 그냥 두고 문제가 터지면 고치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어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83대는 물론 그룹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20여대도 같이 정비해야 하지만 회사는 인건비와 부품 구매 등에 인색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 탓에 아시아나항공은 숙련된 정비사들의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항공기는 기종마다 다 달라서 특정 비행기에 해박한 베테랑들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정비 관련 인력이 300여명 정도지만 매년 10%가 다른 항공사 등으로 이탈하고 새로 충원되는 통에 정비의 질적인 측면에서 구멍이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비기 적어 타노선 기종 투입…접속지연 대한항공의 2.7배
 
지난 7일 인천공항을 떠나 태국 방콕으로 가려던 아시아항공의 보잉 747-400 PAX가 연료계통 결함을 일으켰다. 이륙은 15시간 지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에어버스의 A380을 대체기로 투입, 이튿날 오전 9시30분쯤 목적지로 출발했다. 그런데 8일 오후 2시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항공편도 출발이 3시간가량 늦춰졌다. 해당 노선의 비행기는 A380이었다. 이날 두 차례 지연은 우연일까.
 
A씨는 "대한항공 등 모든 항공사는 비행이 예정된 항공기가 각종 결함으로 출발이 지연된 상황에서는 대체기를 투입한다"며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가뜩이나 항공기 수가 적은 데다 비행 일정이 워낙 빡빡해 대체기로 수배할 게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실제 운항에 투입될 비행기가 10대일 경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예비기를 2~3대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지난 7일 같은 상황이 오면 일단 급한 대로 다른 노선의 항공기를 대체기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천~뉴욕 노선에서 대체기가 필요할 경우 인천~도쿄 노선에서 비행기를 가져오고, 인천~도쿄 노선 항공기는 인천~하노이 노선의 비행기로 대체하는 식이다. 인천~뉴욕 노선은 어찌어찌해서 출발하겠지만 결국 도쿄행, 하노이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A씨는 "이렇게 기체를 돌려 막다가 중간에 사고가 나면 연쇄적으로 대형사고가 터질까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기체 돌려막기는 항공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한 아시아나항공의 지연율 가운데 '접속'에 따른 지연은 1029건이나 됐다. 대한항공(388건) 대비 2.7배다. 국토부에 따르면 접속 지연이란 항공기가 각종 사유로 지연될 경우 후속 스케줄도 늦어지는 것이다. B씨는 "기체 돌려막기를 줄이려면 회사가 노후 기종을 줄이고 새 비행기를 늘리는 한편 정비분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운항과 정비분야에서 비용절감이란 결국 불안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새해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83대의 평균 기령(항공기 연식)은 12.2년이다. 기령이 20년이 넘어서 국토부의 노후 항공기 퇴출 기준에 포함된 것만 20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두배인 173대의 비행기를 보유했지만 평균 기령이 9.6년에 불과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회사는 자구노력을 통해 항공기 제작사와 내부 매뉴얼에 따른 부품 교체, 예방 정비 등 안전 운항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글로벌 항공부품 제작·수리 업체인 독일의 MTU,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과 항공기 엔진·부품 수리협약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노선에 대체기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연쇄 지연 등이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올해 A350 4대, A321neo 2대 등 신규 기종을 도입하고 미주와 유럽 일부 노선을 감편함으로써 빡빡한 운항 일정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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